"의사 업무개시명령 위헌성 국제사회에 알렸다"

의료정책연구원, 독일 최고 권위의 의료법 학술지 'MedR'에 논문 게재
의료법 제59조 위헌성 조명… 전공의 진료유지명령 강제 직권남용 소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하 의정연)이 정부의 반복적인 의사 업무개시명령과 강제근로 명령의 위헌성과 비례성 위반 문제를 독일 최고 권위의 의료법 학술지에 발표했다.

의정연은 최근 독일 의료법 전문 국제학술지 Medizinrecht(MedR)에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업무 개시 명령과 근로 강제: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중심으로(Dienstaufnahmebefehle und Arbeitszwang für Ärzte in Südkorea: Bezugnehmend auf die Rücktrittsschreiben der Assistenzärzte)'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학술지는 Springer Verlag와 C.H. Beck가 공동 발간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의료법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 중 하나다.

의정연은 논문에서 한국 정부가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근거인 의료법 제59조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 단체행동권, 사적자치권 등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는 비례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 사직서 제출을 무력화하고 병원 측에 사직 수리를 금지하도록 지시한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형법상 직권남용 및 교사죄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정연은 수련병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 근로 금지'와 제40조 '취업 방해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정부 책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문은 ▲의료법 제59조의 입법 취지가 정권유지와 의사 단체행동 무력화를 목적으로 했고, ▲해당 조항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며, ▲정부가 환자 개인의 생명권 보호라는 목적을 전체 사회복지라는 논리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석균 의정연 부원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이번 논문 게재를 통해 한국 의료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이 국제적 법학계의 검증을 받게 됐다"며 "의료법 제59조의 개정 필요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내 입법자에게 개선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의정연은 지난 1월에도 '의료인의 단체행동권과 기본권 보장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국내에 환기시킨 바 있다. 이번 MedR 게재는 그 연구 성과의 연장선으로, 독일 의료법의 거장들이 편집진으로 참여한 저널에서 한국 의료법의 문제점을 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의정연은 "의사의 단체행동을 형사적으로 제재하고 행정권으로 강제하는 법적 체계는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며 "정부는 의료법 제59조의 존치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헌법에 부합하는 대안 입법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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