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 풀가동… 난치암 정복 향한 전방위 진격
신약 임상부터 AI 기반 정밀의료까지…암 생애주기 맞춤형 플랫폼 구현
폐·간·췌장 3대 난치암 생존율 전국 평균 상회, 로봇수술 등 치료 고도화
연세암병원이 중입자치료기의 하반기 완전 가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통합형 암 치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연세암병원 최진섭 병원장은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대 난치암의 치료 성적을 밝히며 중입자치료를 포함한 전방위 암 치료 시스템 구축 로드맵을 밝혔다.
국내 최초 암 전문병원으로 56년의 역사를 가진 연세암병원은 전 생애주기에 걸친 환자 맞춤형 케어 시스템을 완비하고, 중입자치료와 병행한 다학제 진료, 신약 임상, 로봇수술, 인공지능(AI) 기반 정밀의료 등을 통해 암 치료의 전환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폐암, 간암, 췌장암 등 대표적인 난치암 분야에서 국내 평균을 웃도는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치료가 어려운 고령·중증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한 중입자치료로 '치료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5대 특화센터를 통해 예방부터 완화까지 환자의 생애 전주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 암 치료 패러다임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입자치료기 본격 확대…난치암·고령환자 치료의 새 전기
연세암병원은 2023년 중입자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갠트리형 치료기 1대를 추가 가동해 총 3대의 치료기를 본격 운영한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암종 외에도 두경부암, 골육종 등 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기존 치료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한 맞춤형 프로토콜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입자치료는 고에너지 탄소 이온을 이용해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에너지 전달이 정밀하고, 주변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수술이 어려운 고령자나 기저질환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폐암의 경우, 기존의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에 비해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고 치료 성과도 우수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 도입 이후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폐암, 간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중입자치료를 적용해왔다.
현재까지 폐암 환자 30명, 간암 환자 17명, 췌장암 환자 100명 이상이 중입자치료를 받았다. 특히 수술 불가능한 고령 폐암 환자가 중입자치료 후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4기 폐선암 환자가 신약 임상과 병행한 중입자치료를 통해 8년 이상 생존한 사례도 보고됐다.
환자 중심 맞춤 치료 체계 구축
연세암병원은 난치암 분야의 치료 성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통계(2015~2019년)에 따르면 폐암의 국내 상대 생존율은 34.7%에 그치지만, 연세암병원은 43.7%로 9%p 이상 높다. 간암은 39.9%로 전국 평균 37.7%를 상회하며, 췌장암은 16.5%로 전국 생존율 13.9%보다 높다.
이러한 성과는 다양한 치료 옵션을 병행하는 맞춤형 전략 덕분이다. 예를 들어 간암 치료에서는 환자의 간 기능, 종양의 위치 및 진행 정도, 동반 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수술, 간이식, 고주파 열치료, 방사선 색전술, 전신 항암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을 통합 적용한다. 한 간암 환자는 14cm 크기의 다발성 종양을 항암치료와 수술로 완치 판정을 받았으며, 중입자치료가 병용되면서 수술 후 재발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이 확대됐다.
췌장암의 경우, 1996~2000년 대비 생존율이 약 2배 향상됐다. 연세암병원은 현재 120명 이상의 임상시험 전문가가 상주하며 연간 400건 이상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 중이다. 이는 국내 최다 수준이다. 한 70대 여성 췌장암 환자는 항암치료 후 중입자치료를 병행한 결과, 8개월 만에 종양 크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괄목할 만한 치료 결과를 보였다.
암 전 생애 통합 플랫폼 완성
연세암병원의 강점은 암의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통합 치료 시스템이다. 암예방센터, 암지식정보센터, 개인맞춤치료센터, 흉터성형레이저센터, 완화의료센터 등 5대 특화센터는 환자의 진단 전 단계부터 치료 후 삶의 질 향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이를 통해 환자의 심리적·신체적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디지털 기반 치료 혁신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연세암병원은 암 정밀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CONNECT'를 통해 국립암센터 등 10개 기관과 표준화된 임상 데이터를 연계·활용하고 있으며, AI 기반 예측 모델로 치료 반응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실제로 병리 이미지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는 단 4개의 유전자만으로 기존 대비 15%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외과적 치료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4만례를 달성했다. 다빈치 5세대 시스템을 추가 도입하며 복잡하고 고난도 수술에도 정밀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AI 딥러닝을 접목한 수술 보조 시스템 개발, 양자컴퓨팅 기술의 의료 적용 등 미래 지향적 의료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진섭 병원장은 "연세암병원은 단순한 치료 기관이 아닌, 환자의 전 생애를 함께하는 암 치료의 플랫폼이자 동반자"라며 "중입자치료, 신약 임상, 정밀의료 등 전방위적 역량을 결집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