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 민간주도 전환 바람직"

화장품협회, '지나친 정부개입 시장발전 저해' 지적

K-뷰티 재도약 위해선 선진 글로벌 규제체계로 바뀌어야
화장품법 네거티브 규제로 개정, 정부 인증제도는 불필요

 

대한화장품협회가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의 민간주도 전환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부터 수출실적 이 감소하며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혁신·창조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K-뷰티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진 글로벌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고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의 민간주도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협회는 최근 출입기자 브리핑을 통해 "천연·유기농화장품에 관해 정부에서 기준을 규정하고,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프랑스 ECOCERT, 독일 BDIH, 영국 Soil Association 등도 모두 민간 인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뷰티는 글로벌 인증기준과 다른 국내 인증 규제로 인해 중복인증의 부담까지 안고 있다는 것.

국내 화장품기업들은 국내 출시를 위해서는 국내 정부 인증을, 수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민간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들은 한국에서 천연·유기농 광고를 포기하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인증을 받아 천연·유기농화장품으로 표시‧광고, 판매할 수 있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일반화장품으로 표시‧광고해야만 하는 불이익을 감당해야만 한다.

강제성을 띤 국내 인증제도가 오히려 국내 천연‧유기농화장품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 인증제도가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그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그 자체로는 의무나 규제는 아니다. 하지만 천연‧유기농화장품에 관한 정의와 식약처 기준 규정(화장품법 제2조 제2의2호 및 제3호), 표시‧광고에 관한 금지규정(제13조 제1항 제3호)과 결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사실상 국내 천연‧유기농화장품 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렵다.

이런 모순된 상황이 이번 협회가 "제품 안전과 무관한 시장 트렌드에 관한 정부 기준과 인증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천연·유기농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자들이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시기에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경각심이 낮은 시기에는 자연히 내려가는 등 시장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현행 정부 인증은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고품질의 화장품이라고 인증하는 것으로,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해외에서도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운영, 발전돼왔다. 인증기관은 소비자에게는 제품 정보를, 기업에게는 홍보 기회를 제공하며, 시장원리에 따라 인증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현행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가 천연·유기농화장품에 한해 화장품법 제14조 표시‧광고 실증제도를 무용하게 만들어 네거티브 규제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화장품법은 2012년 전면개정을 통해 화장품 원료에 대한 규제방식을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개정 이후로는 식약처가 사용금지 목록을 작성하고, 제조업자나 책임판매업자는 위 금지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제품 광고를 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한 경우 기업은 실증자료를 근거로 문제없음을 증명하면 되고, 증명하지 못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규제 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은 화장품 수출 12위권 밖에서 수출 3위로 올라섰다.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수는 2013년 3884개에서 2022년 2만7588개로 약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화장품산업이 정부 주도 사전규제 방식(포지티브)보다는 민간 주도 사후규제 방식(네거티브)이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화장품법에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표시‧광고 실증제도가 도입된 이상, 정부 인증제도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식품의 경우에도 표시·광고한 자가 실증하도록 한 법률 제정에 따라 2019년 기존의 표시·광고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비건인증의 경우도 업체 실증을 전제로 자율적으로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협회는 "유수의 글로벌 인증을 받았더라도 국내 인증을 받지 못해 일반화장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현행 정부 주도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결국 국내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을 축소하고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정부 주도의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을 민간 주도로 전환해 업계부담 경감, 시장 자율성 확보를 통해 K-뷰티가 세계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