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에 특화"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은 진화 중

[2022 신년기획/ 팬데믹 넘는 헬스케어 新패러다임] 코로나 시대 ‘넥스트 노멀’

의료시스템·제약바이오산업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 맞아
백신·치료제 개발에 역량 집중… 2022년 상반기 성과 기대


2019년 연말 시작된 코로나19 공포가 2년여간 장기화 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경이 봉쇄되고 주요 도시들이 락 다운(lock down) 되는 상황에서 생산과 유통을 책임지는 산업계는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감염병이 확산되는 중에도 의료시스템이나 방역, 제약산업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쉼 없이 진화했다.

감염병에 특화된 진단기법과 진단기기가 속속 등장했고, 보다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 증대는 원격의료 도입을 앞당기고 있고, 모바일과 가정용 의료기기를 접목한 홈케어 시대도 도래했다.

비대면 진료·상담 수요 급증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그간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논의돼왔다. 따라서 의료 영리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안전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지난 2018년 383억달러(45조7700억원)에 불과했던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오는 2027년 5595억2000만달러(627조원)로 급속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도 이 같은 상황을 고착시켰다.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물론 감염위험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원격의료도 이젠 편의성에 더해 미래를 위한 수순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전 국민의 긍정적인 공감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상담·처방 건수는 330만건을 넘어섰다(복지부 집계).

의료계의 반대로 정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 제도화는 일단 전면 보류된 상태지만, 정부는 향후 비대면 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서는 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지속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ICT 접목 ‘스마트 병원’ 대세

코로나19로 병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디지털기술과 결합한 ‘스마트병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 병원이란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환자 안전관리나 진단·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비용으로 높은 접근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병원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개편한 ‘모바일웹’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의료기기는 스마트병원의 핵심이다. 관련업체들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웨어러블의 개발과 빅데이터, 의무자동화기록(EMR) 등의 첨단 의료기술도 이 같은 스마트병원의 상용화를 가속화 시킨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의료서비스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병원들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APP,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들이 앞다퉈 개발하는 모바일앱은 감염병 시대 환자중심 병원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관문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병원들은 이미 출시한 앱을 전면 개편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환자들은 모바일앱을 통해 진료 예약부터 진료비 수납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한다.

제약바이오 미래 신성장 동력

최근 몇 년사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으며, 이에 따라 비대면 기반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향후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 수출 주력산업으로 꼽히던 조선이나 자동차산업이 다소 주춤한 틈을 타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특히 최근 제약·바이오업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신약개발은 투자비용과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제약바이오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관련 업체들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3상)를 비롯해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이 국내 처음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국내 첫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지난 6월 발족한 ‘K-mRNA’ 컨소시엄도 본격적인 임상 절차에 돌입했다.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치료제 카모스타트(3상), 부광약품은 클레부딘(2상)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 제넥신, 엔지켐생명과학 등 14개 업체가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다.

집에서 간편하게 ‘홈케어’ 확산

코로나 19로 인해 자리잡고 있는 또 다른 트렌드는 홈케어 시장의 확대다. 홈케어 의료기기는 외모 관리부터 시작해 재활·치료까지 관련 산업의 폭이 넓다. 기존 혈압·혈당 측정 등에 한정돼 있던 시장은 최근 채혈·레이저·고주파 등 기능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고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상용화 장벽이 낮아지면서 의료진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형태의 제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정에서 손쉽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도 인기다. 홈 뷰티 디바이스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에스테틱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실제 국내 홈 뷰티 기기 시장 규모는 2018년 50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급속 성장했다(LG경제연구원 자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메이크업보다는 피부 기초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홈케어 시장이 확산되는 이유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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