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빠른 변화를 불러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기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첨단 IT기술의 발전, 비대면 진료와 같은 원격의료 등으로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병원계는 이 같은 포스트코로나가 반갑지만은 않다. 코로나19로 병원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만 있고, 여기에 더해 이젠 '위드코로나'로의 방역 정책이 바뀜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간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상급종병 지정기준, 공공의료 확대, 코로나 병상확보 등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많은데 정부는 정책만 쏟아내기 바쁘다는 지적이다.
병원계 리더들은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병원에서는 대책을 세우기 바쁘다"며 "장기적인 보건의료 발전 계획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냈다.
지난 27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온라인으로 열린 'The 12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KHC2021)에서 병원계 리더들은 이같이 밝혔다.
가장 먼저 이들은 정부 정책으로 인한 병원들의 환경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병원 경영과 의료정책을 볼때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앞으로 의료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정부가 의료정책을 마련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하면 그에 맞춰 준비할 텐데, 예측이 어렵다"며 "일례로 전공의특별법으로 전공의 근무체계가 대대적으로 변화했는데 비슷한 일이 있었던 미국,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갑작스럽게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정책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 애를 먹는다. 상급종합병원 제도만 해도 어느 순간에 병상 총량제가 실시됐다"며 "병상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던 병원이 병상 총량제에 묶여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정책과 관련해 5년, 10년 후 아젠다를 정부가 천명을 해달라"며 "이렇게 단기적으로 발표하면 정부 요구안대로 지키기가 어렵다. 현장에 시간을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정책방향 제공이 없어 환자의 치료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정책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시쳇말로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병원에서 대책을 세운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정책 방향을 큰 틀에서 공감하는데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쫒아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의사전달이 되는 체계적인 타임테이블을 정해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실제 현장의 실무 담당자 혹은 책임자가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회를 더 주고 귀담아들어 이를 정책에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보험위원장도 정부가 의료기관 현장으로 좀 더 긴밀하게 다가가 전문의 의견을 수렴,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상 보험위원장은 "보장성 강화는 필연적으로 의료이용이 늘어나는 정책"이라며 "그렇게 되면 의료자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것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의료인 공급이 한계가 있어 PA, 전문간호사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뇌 MRI 급여화 등으로 인해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척추, 근골격계 MRI 급여화 앞두고 있는데 병협에서는 건보재정성 안정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병원 인건비 증가도 가시적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병협이 2019년부터 2021년부터 200개 병원의 경영상태를 조사한 결과, 병원 이익률은 3.8% 감소하는 데 반해 관리비는 3.5%가 증가했다. 과거 인건비 포션이 45%대였다면 최근 55%에서 58%가 나오고 있었다.
유 위원장은 "인건비 관리비 증가가 지난 10년에 비해 증가보다 2년, 3년이 더 크다"며 "과거 인력활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에서 처우개선, 의료질 향상을 위한 쪽으로의 방향성은 맞는데 재원지원이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병원계의 불만에 정부도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고려할 사안이 많은 부분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현장에서 직역간의 갈등도 있지만 개원가, 중소병원, 대형병원의 입장이 서로 달라 누구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만들 것인가도 고민이 많다"며 "병상, 장비, 인력 부족 등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보건의료 발전계획에 담기 위해 의견들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분야별로 중장기 계획은 있으나 보건의료를 아우르는 부분에서는 의료현장 갈등, 재원 투입 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며 "현재 만들 구상은 해놨고, 준비 중에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책 환경을 살펴보면 보다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책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새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정책 개선이 단절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런 점들을 감안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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