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우려… ‘백신주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창간 55주년 기획1/ 제약·바이오업계 코로나19 백신개발 속도전]

장기적 백신물량 확보 비상… 정부 K백신 개발 적극 지원
국내기업 임상 진행 5개사, 내년 상반기 상용화는 '의문'


국내에서 코로나19(COVID-19) 백신접종이 한창이다. 2일 0시 기준 635만8512명이 1차 접종을 마쳤으며, 219만8010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1차 12.4%, 2차 4.3%다. 접종된 백신은 아스트라네카(1차 401만7845명, 2차 54만5186명)와 화이자(1차 234만667명, 2차 165만2824명) 제품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에 더해 모더나와 얀센 등 백신 수급현황이 순조로운 상태여서 오는 11월 이전 전 국민 70% 면역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주기적 발병(엔데믹)으로 발전할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적인 백신 물량 확보에는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수입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언제라도 급박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백신 주권 확보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앞다퉈 백신개발에 나섰다. 당시에는 국내 진단기법과 진단시약에 대한 국제적인 호평으로 K-방역의 우수성이 전 세계로 알려지던 시기라 국내산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의 개발 속도는 아직도 거북이 걸음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을 완료하고 속속 시판허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이 임상3상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사들이 임상3상을 마치고 국산백신이 상품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신주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화이자 백신 운송 장면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는 다섯 곳으로 알려졌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다.

제넥신과 셀리드는 자체 개발 제품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고 진원, 유바이오, SK바이오는 1·2상이 진행 중이다. 5개사 모두 내년 상반기 백신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지만 임상 3상 후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까지 입증하려면 내년 상반기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와 함께 기존 백신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만들기 쉬운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을 말한다. mRNA를 체내에 투입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둘러싼 단백질 스파이크 성분을 체내에 미리 만들도록 해 면역력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체내에 주입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백신보다 비교적 안전하며, 바이러스 항원 배양 시간이 절약돼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체의 지속 기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아직까지 임상시험에 진입한 코로나19 mRNA 백신은 없다. 하지만 에스티팜, 한미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이 mRNA 백신 생산 초기단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을 맡은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인천 송도공장에 mRNA 백신 원액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는 최소 10여년의 기간과 수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시감염으로 진화하고 변이 바이러스도 나타난 시점에서 국산 백신 개발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또 다른 감염병이 언제든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플랫폼 구축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정부도 K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산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백신 프로젝트’ 본격 가동하고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우리백신 프로젝트는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비해 국산 백신으로 자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식약처가 연구·개발(R&D)부터 허가까지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식약처가 마련한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은 임상 1·2상, 임상 3상(일반적 유효성 임상), 임상 3상(비교임상) 등 총 3종으로 이를 통해 백신 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가 쉽게 임상시험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규모 피험자수와 위약대조군 모집 없이도 임상 3상이 가능해져, 국내 연구개발자가 백신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신속한 임상시험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코로나19가 토착화 양상을 보이는 만큼 백신 확보 문제는 올해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백신주권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국산 제품 개발을 위해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동시에 전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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