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산역량-美 기술 결합으로 대량생산 전초기지 기대

[창간 55주년 기획1/ 백신생산 글로벌 허브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백신 자국화 보건안보적 가치 커… 손실보상제·개발 펀드 등 필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방역과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들은 심각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 조차 의약품 부족현상을 겪으면서 각국은 수출봉쇄와 같은 자국우선주의 강화했다. 코로나19로 의약품 패권주의 시대가 열렸다.

주요 선진국들은 출시도 되기 전 백신 입도선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력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냐가 중요한 현실적 문제로 대두됐고 그런 측면에서 제약주권의 기반이 되는 제약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K-백신 확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백신 수급난이 완화되면서 일각에서 국산 백신 무용론을 제기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백신 개발 선두 그룹이 이미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상업적 가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코로나19백신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넘어 국가안보를 결정짓는 울타리로 봐야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상업적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늦더라도 자체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또 다시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현재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자체 대응 가능한 백신 개발 기술력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현재 전 세계의 백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의 초고속작전, 영국의 컨소시엄을 통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인허가, 생산, 개발 등에 걸쳐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재정지원 규모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개별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감염병은 시장이 크지 않거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감염병 대유행이 지난 후에는 의약품의 공공성과 별개로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감염병의 경우 치료제나 백신을 보다 빠르게, 그리고 끝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된다.

손실보상제·백신개발 펀드 등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 진행 건수는 8건이다. 아직까지 임상 승인을 받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20여 개 기업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남아공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백신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임상 1, 2, 3상 등 단계를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면밀히 검증한다. 처음부터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통상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도 백신 대유행이 지나고 나면 이를 고스란히 폐기해야하며, 제약사가 이 같은 비용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백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백신 개발 완수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에도 국내 회사가 백신 개발에 나섰으나 신종플루 확산세가 꺽이고 나서 재고가 쌓여 폐기처분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손실이 심각했기 때문에, 기업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손실보상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지난 2009GC녹십자가 세계에서 8번째로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하면서 국내에 전량 제품을 공급한 것은 WHO가 감염병 대응 모범사례로 꼽을 만큼 국내에서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당시에도 다국적 제약사가 앞서 개발한 백신들이 있었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백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 자국화는 기업의 수익성 창출보다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보건안보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및 기관들이 함께하는 백신펀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참여해 백신개발 자금을 확보하자는 방안이다.

코로나를 비롯한 국내 백신자급률 현황은 200925%에서 현재 50%로 늘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3월 초 보령바이오파마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A형 간염 백신 국산화에 성공.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백신주권 확대 위한 노력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백신 등은 임상 대상확보 등 임상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개발 후 수익성 크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감염병과 같이 국민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는 산업계가 주도하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개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30여 개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을 개발 중이며 막대한 R&D 비용 투입하고 있다.

한국, 백신 허브 기틀 마련

최근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파트너십이 양국 사이에 구축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국이 백신 대량생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제약사가 원액을 공급하면 한국 제약사가 이를 충전, 포장하는 형태와 아예 기술이전을 통해 원액부터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파마가 대량생산을 위탁한다는 것은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백신생산역량이 전세계적으로 증명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글로벌 백신 생산의 허브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생산 뿐만 아니라 백신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양국 기업과 정부가 협력키로 한 만큼 백신 연구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번 G2G/민관 협력 사례는 한국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인도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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