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 슈퍼판매 저지 명목없다

[시론]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 슈퍼판매를 둘러싸고 국회-정부-약사회가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국민 비난이 자자하다.

이 문제는 진작 판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3자간에 이눈치 저눈치 보느라 천연시키고 있어 소비자의 분노마저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유일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 국민 83.2%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안전성이 확보된 가정상비약을 슈퍼에서 살 수 있도록 한 약사법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복지위 의원들은 약사들의 표를 의식해 복지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않고 미적거리다 시민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약사회와 복지부의 ‘전향적 협의’가 도마위에 올라 약사회 집행부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약사회 측은 제한적으로 6개품목에 대해 고려하고 있고, 반면 복지부 측은 20여개 품목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약사회 회원들은 정부와의 협상에서 집행부가 제시한 최소한의 선을 지킬 수 있을 지 반신반의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경기도 약사회는 집행부 뜻에 이의를 제기하며 김구 회장과 집행부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약사직능을 지켜온 회원들을 배신했다는게 이유다. 약사법 개악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능력과 자질이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최근 대한약사회장에 이어 집행부 임원들의 약국불법운영실태가 공개되면서 도덕성에 결함을 지닌 집행부가 정부 외압에 소신있게 저항하지 못함은 명약관화하다며 회원들의 뜻을 대표할 수 있는 ‘비대위’ 구성까지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 집행부가 사면초가에 직면한 악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협회는 협의안 발표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일반의약품 약국외판매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재차 강조했고,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53개 약국을 불법판매혐의로 고발조치 하면서 안전성을 내세워 반대해 온 약사들의 주장이 허구였음이 입증됐다고 폭로했다.

안전성과 부작용을 우려한 약사들이 의약품 부작용보고를 소홀히 하고 있음도 드러났다. 2010년 중 병의원이 3만8784건 보고한데 비해 약국에서는 고작 4건에 불과했다.

김구 약사회장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전국 편의점 수는 1만8000개로 2만개가 넘는 약국보다 적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약국이 유리한 만큼 사실상 일반의약품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우려되는 바는 크지 않다”고 실토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볼 때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는 약사들이 우려하는 약화사고나 안전성·부작용 문제 보다는 오히려 ‘밥그릇 챙기기’로 비쳐지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들은 심야나 공휴일에 감기약이나 소화제·진통제 등을 살수 없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 등에서도 팔게 하자는 것이다. 국민편익 차원에서 그렇다. 그러므로 약사들은 이 문제로 더 이상 ‘국민건강 보호’ 운운하며 반대할 명분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약사회는 내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지난 26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사실은 이 문제를 임총에 부의해 결론을 낼 사항도 아니다. ‘키’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측이 아니기에 그렇다.

주사위는 국회로 넘어가 있다. 오는 4월11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2월 18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린다. 복지위 의원들이 어떻게 처결 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약사 측 손을 들어 줄것인지, 아니면 소비자 측 손을 들어 줄건지, 그것도 아니고 자동폐기토록 할 것인지,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이 약사법 개정안은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될 공산이 커 기로에 서있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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