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대 신설 강행에 의협 제동…"기존 의대·수련병원부터 지원"

의대 신설 후보지 평가 기준·대학별 점수 공개 촉구…"선정 과정 투명성 확보해야"

의료계가 정부의 의과대학 신설 추진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의대 신설은 특정 지역의 의사 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 의료인력 수급과 의학교육의 질,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인 만큼 지역별 요구가 아닌 국가 차원의 중장기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의대 신설 후보지역과 대학 선정 과정의 객관성 및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에 세부 평가자료 공개와 정책 추진 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11월 4일 발표한 의대 신설 후보지역 평가 결과와 관련해 의대 접근성, 의료공급 부족, 의료 취약도, 정책효과성 등 4개 분야 13개 지표를 활용해 정량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핵심 평가자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부 지표별 배점과 가중치, 대학별 평가점수, 최종 평가 결과 등은 선정의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대 신설은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국가 의료인력 양성체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만큼 선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며 "대학별 평가점수와 세부 평가기준, 항목별 배점 및 가중치, 최종 평가 결과를 공개해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신설이 국가적 필요와 객관적 평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지역별 요구를 적당히 배분하는 이른바 '나눠먹기식' 설립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과 의료계가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추진할 경우 정책 불신과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 신설이 실제 지역의료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지역의사 양성과 수련·정착체계 강화를 의대 신설의 주요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의대 설립만으로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사의 지역 정착에는 의과대학 교육뿐 아니라 졸업 이후 전공의 수련 기회, 전문의 일자리,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적정 보상,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과제인 전문의 부족을 해결하려면 신규 의대 설립보다 기존 지역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내에서 전문의를 양성하고 의료기관 취업과 장기 근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국립의대 신설을 지자체의 건의나 요구가 아닌 국가 기본계획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국립의대와 국립대학병원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 인프라인 만큼 특정 지자체나 대학의 이해관계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 전체의 의료인력 수급과 지역별 의료수요, 기존 의과대학 및 국립대학병원의 교육·수련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의대 신설이 지자체가 후보 대학을 추천하고 해당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도 문제가 있다"며 "지역 의료 여건을 파악하고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지역별 유치 경쟁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면 의대 신설이 특정 지역의 숙원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대 신설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고려해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결코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