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간단한 설문으로 노인 장기 사망 위험 예측

70~84세 3011명 8년 추적…정밀검사 수준 정확도 확인, 국가검진·지역사회 돌봄 활용 기대

(왼쪽부터)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선영, 원장원 교수, 경희대학교 김미지 교수

간단한 설문만으로 고령자의 신체·정신적 기능 상태를 파악하고 장기 사망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정밀검사 없이도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희대병원은 가정의학과 김선영 교수팀(원장원 교수, 김미지 경희대 의대 교수)이 하버드의대 김대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설문형 내재역량 평가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재역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하는 개념으로 걷기, 활력, 인지, 정서, 감각 등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포괄한다. 일상생활에 장애가 나타나기 전부터 저하되기 시작하며,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지 않으면 노쇠와 사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내재역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전문 장비와 인력, 상당한 검사 시간이 필요해 모든 고령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평가를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간단한 설문만으로도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에 참여한 70~84세 고령자 301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내재역량을 ▲본인이 직접 응답하는 간단한 설문 ▲병원 정밀 임상검사 ▲17개 검사를 종합한 정밀 분석점수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측정하고 약 8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간단한 설문은 일상생활 수행에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하고 장기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데 정밀검사와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추적 기간 내재역량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은 측정 방법에 따라 17~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노쇠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정밀검사가 더 높은 판별력을 보였다. 세 가지 측정 방식 모두 내재역량 수준에 따른 노쇠 차이는 뚜렷했다.

특히 내재역량 상위 10%에 속한 고령자 중 노쇠 상태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하위 10%에서는 33~42%가 노쇠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재역량이 낮은 고령자일수록 노쇠 위험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소아 성장곡선처럼 동일한 연령과 성별을 기준으로 자신의 내재역량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내재역량 기준 곡선'도 제시했다. 분석 결과 내재역량은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일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김선영 교수는 "간단한 설문만으로도 장기적으로 사망 위험이 높은 대상을 정밀검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찾아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국가 건강검진과 지역사회 노인 돌봄에서 설문형 선별검사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조사 문항을 활용해 평가 방식을 구성한 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하려면 현장에 맞는 기준점을 새롭게 설정하고 추가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건강 및 노화 저널(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 IF 5.0)'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