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도 정상인데 밤마다 '두근두근'… 과각성이 부르는 '불면의 악순환'

자승담한의원 구자승 원장 "증상 반복 시 기혈 순환과 자율신경 균형 바로잡아야"

자승담한의원 구자승 원장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나면 '오늘은 눕자마자 잠들겠지' 싶지만, 막상 불을 끄고 누우면 정신이 오히려 또렷해지고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에 잠을 설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찾아 심전도와 홀터 검사, 심장 초음파까지 받아봐도 '심장은 이상 없으니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답만 돌아오기 일쑤다. 분명 몸은 방전됐는데, 뇌와 심장은 왜 꺼지지 않는 엔진처럼 밤새 공회전하는 걸까.

최근 수면의학에서는 피곤한데도 잠들지 못하는 이 현상을 '과각성(Hyperarousal)' 모델로 설명한다. 유럽수면학회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피로와 불면을 겪는 사람은 단순히 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각성 시스템이 과열된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밤이 되어 각성 스위치를 끄고 휴식 모드로 넘어가는 이완 전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불면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으면 위협을 감지하는 뇌의 편도체가 수면 중추를 억누르고 각성 중추만 계속 자극하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나 엔진이 강제로 돌아가는 이 상태가 바로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의 본질이다.

이처럼 몸의 휴식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난다. 누웠을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심박수가 느려져야 하지만 낮의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밤에도 교감신경이 높게 유지돼 사소한 생각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피로를 버티려 몸을 혹사한 날 오히려 잠을 더 설치는 것도, 뇌가 극도의 피로를 생존의 위기로 오인해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깊은 잠에 들려면 손발로 열이 빠져나가며 체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자율신경이 불안정하면 반대로 가슴과 등에 열감이 치밀고 손발은 차갑게 식는다. 한의학에서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 부르는 이 상태는 열이 많아서가 아니라 체력이 고갈돼 열을 고르게 순환시키는 자율신경의 에너지가 떨어졌음을 뜻한다. 여기에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까지 있으면 밤새 교감신경이 거듭 깨어나 눈만 감았을 뿐 심장은 중노동을 하게 된다.

결국 심전도가 정상인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심장이라는 구조물에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낮에는 힘 있게 일하고 밤에는 부드럽게 휴식 모드로 내려가는 심장과 자율신경의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리듬을 되찾는 데는 체력에 맞춘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온종일 누워만 있으면 낮과 밤의 자율신경 낙차가 사라져 오히려 잠들기 어렵고, 밤늦게 격렬히 운동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치솟아 각성이 심해질 수 있다. 산책이나 가벼운 조깅처럼 약간 숨이 차는 정도의 운동을 하루 20분가량으로 시작해 서서히 30분까지 늘려가면, 낮 동안 신경계가 받는 부담이 줄고 밤에는 심박수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힘을 회복하는 데 보탬이 된다.

자승담한의원 구자승 원장은 "검사상 심장에 이상이 없는데도 밤마다 두근거림과 불면이 반복된다면, 이는 심장 자체의 병이라기보다 낮과 밤을 오가는 자율신경의 전환 능력이 떨어진 신호일 수 있다"라며 "몸에 열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체력이 고갈돼 열을 고르게 돌리지 못하는 상열하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원장은 "수면 습관만 탓하기보다 내 몸과 자율신경이 스스로 쉴 체력적 여유가 남아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라며 "증상이 반복된다면 체질과 몸 상태를 점검해 기혈 순환과 자율신경의 균형을 바로잡는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