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비대면진료 확대 제동…안과의사회 "개정안 재검토"

동일 지역 기준 시·군·구로 축소·의료인별 비대면진료 20% 제한 요구…의료계 자율규제 강화 촉구

안과의사회가 초진 비대면진료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될 수 있고, 시각적 정보가 중요한 안질환의 진단 안전성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안과의사회는 20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사회는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위법령을 통해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입법 과정에서 확인된 대면진료 원칙과 환자 안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는 이용 건수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필요한 진료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보완 수단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초진 비대면진료의 동일 지역 범위를 같은 시·도에서 시·군·구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대면진료로 연계할 수 있도록 지역 기준을 좁히고, 증상과 질환 위험도, 필요한 검사, 진료과목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진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대면진료일로부터 6개월까지 일률적으로 허용하기보다 동일 증상에 대해 90일 이내 1회 또는 180일 이내 2회 이상의 대면진료 이력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일 지역 밖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는 지속적인 전문 관리가 필요하거나 의료 접근에 객관적인 제약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과 진료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기준 마련도 핵심 요구사항이다. 개정안은 재진에서 의료인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거나 정보통신 장애 등으로 화상통신이 불가능한 경우 음성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의사회는 "음성진료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기 어려워 진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예외 적용 사유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시각적 정보가 필수적인 안질환은 화상진료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영상 품질과 환자 본인 확인, 진료 중단 시 대처, 대면진료 안내 절차 등을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상진료만으로 검사와 진찰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대면진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진료과목별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계의 전문적 판단과 자율규제 체계가 제도 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의약품 인도와 관련해 대한약사회에 표준지침 마련 역할을 부여한 만큼, 진단과 처방을 담당하는 의료계의 전문성도 동등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정 의료법 제34조의6에 따라 의사회 등이 비대면진료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중대한 위반이 의심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의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인에게 대면진료와 동일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진료 기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조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인증 기준 수립과 심사 과정에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인증평가위원회의 구성·운영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의사회는 "같은 의약품이라도 환자의 질환과 검사 결과, 기존 치료 이력에 따라 처방 적절성이 달라진다며 검사 없이 진단하기 어렵거나 오진 위험이 큰 질환의 초진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의 초진 처방 제한을 검토하고, 30일 처방 예외를 축소하는 한편 소아 처방기간과 안약 등 외용제의 최소 포장단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면진료 비율과 건수 산정 기준도 재검토 대상으로 지목됐다. 개정안은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30%, 의사별 월평균 진료 건수를 500건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의료기관 전체 비율만으로는 특정 의료인에게 비대면진료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의료인별 비율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의사 1인당 월 500건 이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제도 확대에 앞서 시범사업의 진료 질과 오진 가능성, 의약품 오남용 실태, 의료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진료과목별 위험도와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와 대면진료 이력 기준 재검토 ▲음성진료 예외 기준 및 안질환 화상진료 안전성 강화 ▲의료계 표준지침의 실효성 확보와 플랫폼 인증 참여 보장 ▲초진 처방 제한 및 처방기간 예외 축소 ▲의료인별 비대면진료 비율 20% 이내 제한과 야간·휴일 진료의 건수 산정 포함 ▲시범사업 결과 검증과 의료계 협의를 통한 시행규칙 확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