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시론]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한방 관광파크’ 조성사업이 최근 정부의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결국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

서귀포시는 지난 2004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아열대 약용식물 재배시험장 유치를 계기로 구상했던 ‘불로촌 장수촌’을 한방 관광파크로 확대 추진하기로 하고 2005년 2월 23일 대한한의사협회와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서귀포시와 한의사협회는 체결한 협약서에서 한방산업 발전을 위해 인력과 기술 정보교류 및 예산 지원 등 생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합의했다.

또 서귀포시는 한방 관광파크 활성화를 위해 개발지구내 토지를 한방병원과 부대시설 부지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대신, 한의사협회는 약용작물 재배와 가공, 제품 생산, 새로운 소득원 개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었다.

서귀포 한방 관광파크는 한라산 5.16 횡단도로변 영천지구 61㏊에 오는 2008년까지 국비 25억원 등 모두 64억원을 투입해 탐라오갈피, 진귤, 석창포 등 약용작물 계약재배와 재배단지를 각각 10㏊와 20㏊에 조성해 생산물을 한의사협회와 경희대 한의과대학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06년까지 나머지 부지 30㏊에는 민자를 유치해 생약초 재배단지, 약초가공시설, 불로초마을, 한방 메디컬센터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2억 5900만원의 사업비 투자해 영천지구에 주차장 부지 등 모두 1만1810㎡의 토지를 구입하고 약초공원 진입로와 산책로, 순환작업로 및 농업용수관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정부가 수년째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식약청의 아열대 약용식물 재배시험장 건설은 사실상 무산됐고, 서귀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방 관광파크 조성사업도 좌초됐다.

결국 서귀포시는 정부의 연구시설 건립사업에 대한 추진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서 성급하게 자체 사업을 추진하다가 22억원이 넘는 혈세만 축내고 말았다. 서귀포시는 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아열대 약용식물 재배시험장 건립사업이 중단됐고, 이에 따라 한방 관광파크 조성사업과 관련된 민자유치도 중단된 상태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가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현실과 너무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한약재의 90% 이상이 수입되고 있고, 한의원 한약의 부작용 등으로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의학이 점차 쇠퇴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논란이 계속 있겠지만 이제야 방향이 제대로 잡혀가는 것 같다. 아울러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한의약 R&D 중장기 육성 발전계획(2008~2017)’ 예산(총 5396억원)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속담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잘못이라고 생각되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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