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자율정화가 면허관리 출발점

인터뷰/ 임현선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
"비윤리 의료행위 엄정 대응… 조사권·면허관리까지 자율규제 체계 갖춰야"
비만치료제 허위청구·사무장병원 등 중대 사안 사법조치 "내부 정화도 필요"

서울특별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임현선 단장

"자율정화는 동료 의사를 무조건 감싸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임현선 단장이 의료계 내부의 강도 높은 자율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만치료제 허위청구와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자본과 결합한 사무장병원 등 의료계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료 의사라 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현선 단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전문가평가단이 시범사업을 넘어 실질적인 자율규제 기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조사 권한 강화, 정부·지자체와의 공조, 독립적인 면허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극소수의 악성 사례를 묵인하면 묵묵히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 의사들까지 함께 비판받게 된다"며 "잘못된 부위를 도려내 건강한 조직을 살리는 과감한 내부 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단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전문가평가단의 역할이 단순한 내부 민원 처리나 윤리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그동안 불법 광고, 사무장병원 의심 사례, 비만치료제와 실손보험을 연계한 허위청구 등 다양한 사안을 들여다봤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무분별한 환자 유인과 진료기록·영수증 조작 의혹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선제적으로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 절차를 진행했다.

임 단장은 "회원들로부터 같은 지역에서 이런 비윤리적인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 부끄럽다는 제보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며 "외부 수사나 언론 보도가 먼저 이뤄진 뒤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계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무장병원이나 조직적인 실손보험 허위청구처럼 단순한 윤리 위반을 넘어 사회적 법질서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윤리위원회 회부를 넘어 사법기관 고발까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같은 의료인을 사법기관에 고발한다는 것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면서도 "이런 행위들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자율정화의 자격을 얻으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프레임부터 깨야 한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율징계권과 면허관리 권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단에 실질적 조사권 필요…면허관리까지 일원화해야"

전문가평가단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한계로는 조사권 부재와 개인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꼽았다.

현재 평가단은 제보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미가입 회원이나 비의료인이 개입한 사무장병원 의심 사례의 경우 대상 특정부터 쉽지 않다. 어렵게 조사를 진행해 보건복지부에 처분을 권고하더라도 행정처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고, 처분의 실효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는 설명이다.

임 단장은 "전문가평가단이 명백한 위법·비윤리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의료법 개정을 통한 실질적인 조사 권한 부여를 요구했다.

정부·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보건소나 지자체에 접수된 의료인 관련 민원 가운데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전문가평가단에 신속하게 통보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행정기관과 합동조사까지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사부터 징계, 면허관리까지 이어지는 독립적인 의사 면허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단장은 "전문가평가단이 경찰과 같은 조사 기능을 맡고, 윤리위원회가 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며, 면허관리원이 면허 관리 체계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며 "각 기능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정화 성과 국민에게 알려야…1차 의료 중심 지역의료도 강화"

임 단장은 전문가평가단의 자정 활동이 의료계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엄정한 조사와 처분 권고만큼 그 성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평가단의 활동과 성과를 언론과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의료계가 스스로 도덕성을 세워가고 있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으로서는 전문가평가단 활동을 넘어 1차 의료 중심의 지역 보건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비롯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지원, 보건소와 지역의사회의 역할 재정립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임 단장은 "큰 병원의 시설과 인력만으로 시민의 건강권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집 가까운 곳에서 1차 의료가 시민을 든든하게 지켜줄 때 진정한 지역 건강안전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평가단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경청과 소통, 일관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임 단장은 "회원들에게 옳은 길을 가는 원칙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과 공정함이 중요하다"며 "동료 의사와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전문가평가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