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호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한데 모였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간호계, 병원계, 학계, 노동계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간호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관리료를 입원료에서 분리한 독립적인 보상체계 구축과 원가 기반의 간호수가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서비스 적정보상을 위한 간호수가 혁신 토론회'에서는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 의료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수가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간호서비스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건강보험 보상체계에서는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관리료가 입원료에 포함된 현행 구조에서는 실제 간호서비스에 투입되는 비용과 전문성을 적절히 보상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나종익 병원원가협회 회장은 '간호관리료 원가분석 및 제도개선 3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현행 수가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제시했다.
15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간호관리료의 원가보전율은 57.5%에 불과했다. 반면 의학관리료는 원가 대비 156.5%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어 의학 부문의 수익으로 간호 부문의 적자를 메우는 이른바 '교차보조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지원금을 제외한 순수 입원료 기준 원가보전율 역시 2019년 65.9%에서 올해 54.0%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종합병원 성인·소아 중환자실의 원가보전율은 41.6%에 그쳐 간호인력 확보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나 회장은 "간호사 인력이 많이 투입될수록 병원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간호인력 산정기준 현실화와 입원료 배분 구조 재조정, 정책 환류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단순한 수가 인상만으로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수가 인상이 실제 간호사 고용 확대와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적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수가 지급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도 간호관리료를 입원료와 분리한 독립적인 보상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김한성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는 "한시적인 정책지원금을 지속 가능한 수가체계로 전환하고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고용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간호인력 산정기준 현실화와 입원료 배분 구조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재처럼 간호관리료가 입원료에 포함된 구조에서는 수가 인상분이 실제 간호현장에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간호관리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 수가체계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도 간호수가 개편이 환자 안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간호수가 개선이 병동 인력 배치와 근무환경 개선으로 연결돼 숙련된 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안정적으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순이 대한간호협회 상임이사는 "24시간 환자 곁에서 관찰과 투약, 교육·상담, 환자안전 관리까지 담당하는 간호사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현행 수가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관리료를 독립된 보상체계로 분리해야 수가 인상이 실제 간호사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간호인력 보상체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부는 3조6천억 원 규모의 수가 혁신 방안과 지역가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과 인력 투입에 대한 보상체계를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잉 병상을 줄이고 인력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해 입원환자 서비스의 질 향상과 연계될 수 있도록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여야 의원들도 간호수가 개편이 간호사 처우 개선을 넘어 국민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제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간호관리료를 입원료의 부속 항목이 아닌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뒷받침하는 핵심 보상체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간호사 배치기준의 법제화와 수가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간호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상은 결국 환자 안전에 대한 투자"라며 "간호수가 혁신은 간호사만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과제"라고 밝혔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도 "간호수가 개선은 현장 간호사의 노동환경 개선과 연결돼야 하며, 수가 인상이 인력 확충과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서비스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떠받치는 핵심 의료서비스임에도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 지속적으로 저평가돼 왔다"며 "간호관리료 개선과 새로운 간호수가 개발을 통해 간호서비스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간호수가 개편이 단순한 보상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원가 기반의 수가 재산정과 간호관리료 독립,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는 투명한 환류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취약 병동에 대한 우선 보상 등도 향후 건강보험 상대가치 개편 과정에서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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