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는 무너지고 병원 경영은 한계에 다다랐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부터 분만 인프라 붕괴, 전담간호사(PA) 제도 시행, 요양병원 간병급여 개편까지. 의료현장의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병원장들이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보완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시병원회는 21일 제6차 상임이사회와 토론회를 열고 응급의료체계 개편과 필수의료 인력난, 간호인력 제도 변화 등 병원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은 인사말에서 "거점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새롭게 지정되면서 의료기관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며 "의료정책이 전환기를 맞은 만큼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센터 탈락, 병원 존립까지 위협"
병원장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과 전문인력, 장비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음에도 과거 진료실적 등 정량평가의 한계를 넘지 못해 지정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여부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탈락 병원은 수가 불이익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지위 유지에도 부담을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병원장들은 "대형 병원의 참여 확대 속에 중소·중견병원의 탈락이 늘면서 투자 회수는 물론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일부 병원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응급센터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량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만실 유지도 버겁다"…필수의료 인력난 심화
필수의료의 핵심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인력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병원장들은 분만 여부와 관계없이 24시간 응급상황에 대비한 인력이 상시 대기해야 하지만, 분만 건수는 갈수록 줄고 인건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 월 20건 이하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분만 건수는 이제 주요 병원에서도 월 10건 수준까지 감소했으며, 산부인과 전임의 초봉은 월 2300만원 수준까지 올라 정부의 수가 인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직을 기피하는 젊은 의료진 증가와 소아청소년과 단축근무 확산,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병원장들은 "분만 건수와 제왕절개 비율, 당직 비용 등을 반영한 최소 운영비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역 분만실은 잇따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PA 제도·간병급여 개편도 우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전담간호사(PA) 제도에 대해서도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원들은 기존 PA 가운데 일부는 경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재배치가 필요하고, 정부 직무기술서와 실제 의료현장의 업무가 달라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교육 과정에 따른 인력 공백과 추가 인건비 부담도 병원 운영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요양병원 간병급여 개편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병원장들은 3교대 근무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보다 더 많은 간병인력이 필요하지만, 외국인 간병인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이 밖에도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다. 병원장들은 수가 인상률은 1%대에 머무는 반면 임금 상승률은 2~3% 이상 지속되고 있어 재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 의료기관 지원 정책에 따른 수도권 인력 유출과 의료진의 근무 문화 변화, 노후 시설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료 차질 등 병원 운영 전반의 어려움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보완과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