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EMR 경험에 AI 입힌 GC메디아이…'Medical OS' 시대 연다
1만6000개 의료기관 네트워크에 의료 특화 AI 결합…'의사랑 AI'로 진료 전·중·후 업무 혁신
2027년 3월 '의사랑 클라우드' 출시…EMR 넘어 제약·의료서비스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
30년간 1차 의료기관의 진료 현장을 지켜온 EMR이 인공지능(AI)을 만나 '진료 파트너'로 진화한다. GC메디아이가 약 1만6000개 의료기관에 구축한 EMR 네트워크와 의료 특화 AI를 결합해 진료실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의료기관과 제약·의료서비스를 연결하는 'Medical OS'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GC메디아이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2026 GC메디아이 Media Day-시작, 넥스트 진료실'을 개최하고 AI 기반 진료 솔루션 '의사랑 AI'의 주요 기능과 향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GC메디아이가 강조한 것은 단순한 AI 신제품 출시가 아니었다. 기존 EMR의 역할을 진료기록 작성과 청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진료 전부터 진료 후 환자관리, 의원 경영까지 연결하는 '진료 파트너'로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진태 GC메디아이 대표는 "오늘 자리는 단순히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GC메디아이의 여러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라며 "과거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회사에서 벗어나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Medical OS를 구축해 더 큰 의료시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기록하는 EMR'에서 '진료 파트너'로
GC메디아이가 이날 공개한 '의사랑 AI'는 실제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 AI가 의료진의 업무를 어떻게 지원하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료는 크게 ▲진료 전 ▲진료 중 ▲진료 후 ▲경영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환자를 호출하기 전 EMR에서 과거 진료기록을 일일이 열어보고 검사 결과와 복용약, 알레르기, 가족력 등을 확인해야 했다.
의사랑 AI는 환자를 호출하는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보여준다. 과거 진료기록과 검사 결과는 물론 복용 중인 약, 검사 주기, 바이탈, 영상검사, 예방접종 등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한다.
진료가 시작되면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가 실시간 음성인식(STT)을 통해 기록되고 SOAP(주관적 자료·객관적 자료·평가·계획) 형식의 의무기록으로 정리된다.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상병이나 처방, 고시, 약재 관련 정보 등을 확인해야 할 경우에도 자연어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김석중 GC메디아이 CPO는 "지난 30년 동안 EMR의 역할이 기록을 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 의사랑 AI를 통해 EMR의 역할은 파트너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랑 AI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는 진료 중 차트 작성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의료진은 환자와 대화하는 동시에 진료 내용을 키보드로 입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와 눈을 맞추며 진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사랑 AI는 진료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의료진이 기존에 사용하던 기록 방식에 맞춰 차트로 정리한다.
특히 의원급 진료환경에서 사용되는 의료용어와 약어, 의사별 표현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료 특화 어휘 사전을 구축했다. 짧은 시간 안에 진료가 이뤄지는 의원급 환경에서 환자의 발화를 차트와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적 요소로 꼽았다.
GC메디아이는 진료 데이터가 외부 범용 생성형 AI 서비스로 전송되지 않도록 자체 AI 서버를 활용해 국내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AI가 독자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진료기록을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하며, 최종적으로 차트에 반영하는 과정은 의료진의 확인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김 CPO는 "의사랑 AI는 진단하지 않고 기록을 정리한다"며 "근거가 없으면 임의로 내용을 만들어내지 않고 비워두며, 모든 절차는 의사가 확인한 후 반영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진료 끝나면 재진환자까지 AI가 관리
진료 후 환자관리 역시 AI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기존 의원에서는 재진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가 끝난 뒤 직원이 별도로 확인하고 전화나 문자, 알림톡 등을 통해 재방문을 안내해야 했다. 바쁜 진료환경에서는 이러한 업무가 누락되기 쉽고 인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사랑 AI는 진료기록에서 재진이 필요한 환자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환자별 안내 문구를 생성한다.
1일 후, 7일 후, 365일 후 등 환자별 관리 시나리오에 따라 알림톡 발송을 미리 예약하고 실제 예약 전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 CPO는 "진료기록에 남긴 한 줄에서 시작해 AI가 재진 키워드를 감지하고 대상 환자를 찾아낸다"며 "의사는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발송만 하면 환자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환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환자가 실제 재방문했는지까지 확인함으로써 환자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AI의 역할은 진료실을 넘어 의원 경영으로도 확대된다.
의료진이 환자 수나 매출, 수익성 등 경영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통계 화면을 열거나 데이터를 엑셀로 내려받아 분석할 필요 없이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원하는 경영지표를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준다.
GC메디아이는 이를 통해 의료진이 반복적인 데이터 추출과 분석 작업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만6000개 의료기관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
GC메디아이가 Medical OS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 것은 약 1만6000개 의료기관 네트워크다. 의료 AI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기술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1차 의료기관의 EMR 환경에 AI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은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GC메디아이는 약 30년간 '의사랑'을 운영하며 축적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흐름과 EMR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실제 진료실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김석중 CPO는 "의료 AI를 만드는 회사는 많아지고 기술도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지만 1만6000개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는 AI는 없다"며 "지난 30년간 1차 의료기관과 함께해 온 의사랑이라는 기반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대표 역시 기존 고객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1만6000개 기존 고객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며 "향후 의사랑 클라우드를 출시했을 때 얼마나 전환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용자 형태도 세 가지 정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C메디아이는 '의사랑 AI'를 최종 제품이 아닌 Medical OS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있다. 다음 단계는 2027년 3월 출시 예정인 차세대 클라우드 EMR '의사랑 클라우드'다.
의사랑 AI를 통해 검증한 AI 기능을 클라우드 EMR에 통합하고, 이후 의료기관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EMR을 중심으로 AI, 환자관리, 경영관리, 마케팅, 제약·의료서비스 등을 연결해 의료기관의 운영체제 역할을 하는 Medical OS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진태 대표는 "내년 3월 예정된 의사랑 클라우드는 진정한 Medical OS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며 "의사랑 AI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후 클라우드 EMR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MR 넘어 수조원 의료시장 정조준
GC메디아이는 이번 사업 전환을 통해 기존 EMR 시장을 넘어 새로운 의료 플랫폼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에는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유통하는 사업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약사와 의료제품·서비스 공급자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 의사와 약사만을 대상으로 했던 수천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향후에는 제약사와 관련 플레이어들을 포함한 몇 조원 규모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기반 타깃 마케팅과 Data & Marketing 사업을 고도화하고, 외부 서비스 사업자가 의료기관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입점·연동·거래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모델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적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GC메디아이의 영업이익은 재작년 52억원에서 지난해 7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 135억원을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회사 측은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기존 가이던스를 무난하게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GC메디아이의 변화는 단순히 실적이 좋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모델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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