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요양·주거·복지 잇는 '통합돌봄 체계' 구축 시급

[2026년 창간 60주년 기획특집/ 보건산업 60년, 미래를 가다] 고령화·저출산 시대 돌봄정책
가장 빠른속도로 늙어가는 대한민국
가족→사회책임 패러다임 전환 필요
방문진료·간호 제공 '재택의료' 주목
AI·디지털 헬스케어도 새 대안 부상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전례 없는 인구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고령자는 급증하는 반면 돌봄을 담당할 생산연령인구와 가족 규모는 감소하면서 기존의 돌봄체계는 한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의료와 요양, 복지와 주거를 연계한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한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만 맡기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으며,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5년 20%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 인구 증가와 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가족 중심 돌봄체계가 가능했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여성 경제활동 확대 등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돌봄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명 이상이 독거노인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노인 부부가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이 곁에서 상시 돌봄을 제공하는 환경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 인구 증가만 의미하지 않는다. 만성질환과 치매, 장애 등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함께 증가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 약 21만명에서 최근 120만명을 넘어섰다. 치매 환자 역시 1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지역별 서비스 격차가 크고, 돌봄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요양보호사와 간호인력의 높은 이직률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향후 돌봄 인력 부족이 의료인력 부족 못지않은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향후 수십 년간 노인 돌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돌봄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돌봄정책의 핵심 화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과거에는 노인이 건강이 악화되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시설에 입소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와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제기되면서 가능한 한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의료·요양·주거·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중심 돌봄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2026년 본격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 정책이다.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건강상태와 돌봄 욕구를 파악하고 의료와 요양,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지역사회 건강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재택의료 활성화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 환자의 상당수는 만성질환을 여러 개 동시에 앓고 있다. 이들은 병원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거나 입원하는 과정에서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겪는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직접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진료와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재택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확대해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를 구축했다. 영국 역시 지역 기반 통합돌봄 모델을 운영하며 의료와 복지를 연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방문진료 수가 현실화와 의료기관 참여 확대, 다직종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출산은 돌봄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돌봄을 제공할 자녀 세대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러 형제가 부모 부양을 분담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외동자녀 가구 증가로 한 명이 모든 돌봄 부담을 떠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의 활동량과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돌봄 서비스, AI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기술 등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AI 스피커를 활용한 안부 확인 서비스와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기술이 돌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돌봄 인력의 업무를 지원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돌봄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신뢰라는 점에서 인간 중심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고령·초저출산 시대의 돌봄정책은 단순한 복지서비스 확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의료와 요양, 복지와 주거, 고용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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