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율 WMA 차기 회장 "의사 자율성, 의료 재건 출발점"

"정치 아닌 과학·윤리 위에 선 의료"… 전문직 독립성 확립이 임기 핵심 과제로
"올해 회복과 재건 원년"… K-medicine 위상 재확인과 젊은의사 지원 확대도

대한의사협회 박정율 국제협력위원장이 세계 118개국 의사협회를 대표하는 세계의사회(WMA) 차기 회장에 선출되며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특히 전공의 집단 사직과 해외 진출 증가 등 의료 현장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위원장은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임기 핵심 과제로 '의사의 전문적 자율성과 독립성 확립'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의료 재건의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박정율 위원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가 정치나 이념의 도구가 아니라 과학과 윤리, 환자 중심 가치 위에 설 수 있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며 "전 세계 의사들이 외부 압력 없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WMA는 차기회장·회장·직전회장으로 이어지는 3년 회장단 체제로 운영된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차기회장으로 선출돼 이미 회장단 활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10월 정식 취임한다.

그는 "세계의사회 회장은 특정 국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 세계 의료계의 공통 가치와 원칙을 대표하는 자리"라며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임기 중 추진할 '시그니처 이니셔티브(Signature Initiative)'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전문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된 가치가 일부 국가에서는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때 최첨단 의학과 연구개발이 가능하고, 이는 환자 건강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 의료, 118개국 사이서 실질적 영향력"

박 위원장은 현재 11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WMA 내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위상에 대해 "단순한 지역 대표성을 넘어 정책 논의 방향과 내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K-medicine'이 전문성과 신뢰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며 "짧은 기간에 의료 인프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지원을 받던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가로 전환한 사례는 서구권 리더들에게도 인상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1949년 WMA 가입 이후 이사국으로 꾸준히 활동해왔으며, 1985년 고 문태준 회장이 WMA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선출은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이 재확인된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특히 박 위원장은 2026년을 한국 의료계 '회복과 재건'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의료 정책은 단순한 수치나 통계가 아니라 생명의 영역"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절차적 정당성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전문가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민주적 대화와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14만 의사 회원에게는 "거센 풍랑 속에서도 전문성과 양심을 지켜온 헌신에 국제 의료 공동체가 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의료의 본질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라며 "상호 존중 속에 신뢰를 회복할 때 한국 의료는 다시 세계적 모범 사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젊은 의사 해외 진출 증가…WMA·JDN 통한 국제 네트워크 강화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서 USMLE 준비 등 해외 진출이 증가하는 현상과 관련해 박 위원장은 "평상시라면 경력 확장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현재 의료대란이 배경이라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WMA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JDN, Junior Doctors Network)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자체가 국제적 신뢰와 관계 형성의 기반"이라며 한국 젊은 의사들의 참여 확대를 독려했다.

WMA는 JDN을 위한 별도 예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준회원 제도를 통해 개인 의사도 네트워크 활동과 정책 제안에 참여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도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의사회 연맹 총회를 계기로 젊은 의사들의 국제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제무대 경험이 향후 WMA 본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의사회는 한국 의사들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저 역시 그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