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의계 신년교례회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 한특위는 해당 발언이 "현행 의료법 체계와 사법 판단의 취지를 정면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발언 당사자들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한특위는 9일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이라는 법원 판단은 단 한 차례도 존재한 적이 없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호도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특위에 따르면, 한의계와 일부 정치권이 근거로 제시하는 수원지방법원 판결(2023노6023)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일반적으로 허용한 판결이 아니다. 해당 사건은 피고인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이용해 영상 판독이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았고, 기기에서 자동 산출된 수치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참고했다는 점을 인정한 개별적·예외적 사안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특위는 "이 판결을 근거로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이 합법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판결 취지 왜곡"이라며 "법원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했다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대법원은 이미 2011년 판결(2009도6980)을 통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 또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21314) 역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했을 뿐, 엑스레이와 같은 고위험 진단용 방사선 의료기기 사용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한특위의 설명이다.
한특위는 "초음파 판결을 근거로 엑스레이 사용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엑스레이를 포함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현대의학 이론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명백한 의과 의료기기이며, 방사선 노출을 수반하는 고위험 장비다. 촬영 과정부터 판독, 임상적 해석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체계적인 의학교육과 전문 수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특위는 "잘못된 촬영이나 판독은 곧바로 오진과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특히 방사선은 소아·임산부·태아에게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상의학 교육·수련 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의사에게 고위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특히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사법 판단의 정확한 취지를 외면한 채 "법원이 한의사 편을 들어줬다"는 식의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특정 직역의 주장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며 잘못된 메시지를 확산시킨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특위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국회의원이 과학적 근거와 의료면허 체계의 원칙을 외면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며 "해당 발언을 한 의원들은 즉각 사과하고, 책임 있는 의정 활동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당한 과학적·의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대 의료체계와 법원 판결을 왜곡하는 한의계 및 일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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