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진단 시 이미 고위험'… 전립선암, 국가검진 도입 시급

대한비뇨의학회 "PSA 검사, 조기 발견의 핵심… 검진 사각지대 해소해야"

전립선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고위험 단계에서 진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의학회는 "국가 차원의 조기검진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며, 전립선암 선별을 위한 PSA(Prostate-Specific Antigen, 전립선특이항원) 검사의 국가암검진 도입을 촉구했다.

대한비뇨의학회(회장 서성일)는 최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025년호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국가 단위의 전립선암 검진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내 51개 종합병원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2만7075명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진단 당시 고위험 전립선암 환자가 전체의 50.6%로 확인됐다. 이는 절반 이상이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는 의미로, 국내 조기 발견 체계의 심각한 공백을 드러냈다.

특히 저위험군 비율은 2010년 11.4%에서 2020년 7.6%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미국 등 서구에서는 PSA 선별검사 보급 이후 저위험군 진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고위험군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체계적인 국가검진이 부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했다. 농어촌 지역의 고위험 전립선암 비율은 55.4%로 도시 지역(47.7%)보다 7.7%p 높았다. PSA 검사 접근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고위험 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의료 접근성 불균형이 조기 진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교신저자인 고영휘 교수(이화여대 의과대학 비뇨의학과)는 "이번 대규모 연구는 한국 전립선암 진단 현실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것은 국가가 예방적 개입에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PSA 검사는 단순 혈액 검사만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한 만큼,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성일 대한비뇨의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암은 이제 개인의 질환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검진 사각지대 해소와 조기 진단을 위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SA 검사 도입과 함께 과잉진단·과잉치료를 방지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환자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암 중 빠르게 증가하는 암으로,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규 환자 수는 약 2만7천여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간단한 피검사 하나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조기검진 체계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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