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기기 허용, 의사 독점 구조 깨야 의료 살린다"

인터뷰/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초고령사회 대비 위한 '의료접근권' 평등화 요구
주치의·돌봄통합사업 참여료 균형의료 실현돼야

"초음파, 엑스레이, 뇌파계 모두 사법부가 허용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행정부의 결단입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 문제를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진단의 문제"로 규정했다.

윤 회장은 지난 1년간의 회무 성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한 진단기기 사용의 법적 근거 확보를 꼽았다. 하지만 "행정부가 여전히 낡은 규정에 묶여 사법부의 판단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민이 더 정확한 진단을 받을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의사는 법적으로 초음파와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등재와 안전관리자 자격 문제로 현장에서 사용이 어려운 상황을 두고 "의료독점 구조의 상징"이라고 단언했다.

"진단기기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냐… 국민 진단 공통 언어"

윤 회장은 진단기기 사용 논란을 "직역 확장의 문제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단은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과학적 행위로, 초음파든 엑스레이든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대만이나 중국의 중의사도 이미 사용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를 다시 강조하며 "법원도 '진단은 현대 과학의 성과를 활용해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치료는 한의학적일 수 있지만, 진단은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 아래 협회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확대를 공식 지지하고 나선 것도 변화의 신호다.

윤 회장은 "약 3만명의 한의사 중 절반만 기기를 사용해도 1만8천대의 시장이 열린다"며 "산업 발전의 기회이자, 국민 의료 서비스 향상의 계기"라고 내다봤따. 

"양의사 독점 구조가 필수의료 붕괴 불러"

윤 회장은 현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의사 중심 독점 구조'를 꼽았다. 그는 "이 독점 구조가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공백, 지방의료 붕괴를 초래했다. 한의사를 배제한 채 인력난을 논하는 건 비효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의협은 정부에 지역·필수·공공의료에 한의사를 적극 투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선 돌봄과 만성질환 관리가 핵심인 만큼 이 부분에서 한의사는 약물, 침, 재활, 예방을 아우르는 유일한 1차의료 인력이라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특히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에 한의사의 참여가 준비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17년부터 양의사만 참여해 활성화되지 못했던 제도가 이제야 정상화되는 셈이다. 연말에는 건정심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윤 회장은 정부 내 한의약 정책의 위상 제고를 위해 '한의약처 신설'을 강력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내 한의약정책관실은 실질적 권한이 없으며, 식약처처럼 독립된 기관으로 격상돼야 수십 년의 제도적 불공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손보험 제외는 헌법소원 중… 국민 의료 선택권 문제"

이와함께 한의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 보장 문제를 "국민의 의료 선택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윤 회장은 "2009년 실손보험 개정 이후 동일 질환에 대해 한의는 제외됐다. 치료 효과가 명확한 첩약, 약침, 물리치료가 모두 빠졌다. 경제적 이유로 환자의 선택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의협은 실손보험 배제에 대해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동시에 보험사와의 협상을 이어가며 '5세대 실손보험에 한의 비급여 보장 추가'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오히려 한의 비급여 보장은 5세대 전환을 촉진시킬 유인책이 되기에  이는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한의학은 공진단이나 보약의 영역이 아니라 치료 중심 의학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책적 평등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AI 융합이 한의학의 미래… 전통 현대화로 세계 시장 겨냥"

윤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AI와 한의학의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전통의학과 디지털 기술을 모두 가진 유일한 나라다. 한의학의 경험적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로 분석한다면, 치료의 과학화는 물론 글로벌 확장이 가능하다"며 "한의협은 이미 '한의학-AI 융합 추진 TF'를 출범시켜 임상 데이터 정제 및 진단보조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AI는 한약의 약리 작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도구이며, 이제는 전통을 설명이 아닌 증명으로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한의학은 수천 년의 경험이 누적된 과학이다. 다만 제도와 언어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라며 "진단기기 사용, 실손보험 평등, 한의약처 설립이 이뤄진다면, 2030년 세계 전통의학 시장의 중심에 'K-Hanmedicine'이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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