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쌀 소비량 통계가 실제 국민 체감과 크게 어긋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석밥과 외식, 학교·기관 급식, 쌀가공품 소비가 모두 누락되어 공식 통계상 '1인당 쌀 소비량'이 실제의 절반 수준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 119.6kg에서 2024년 55.8kg로 53% 감소한 것처럼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양곡소비량조사는 '가구 내 자가취사용'만 집계하고, 즉석밥·급식·외식·가공품 소비는 모두 0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석밥 시장은 이미 국민 한 끼 식사 형태로 자리 잡아 연간 쌀 소비량 약 14만톤으로 추산된다. 2023년 국내 쌀가공식품 제조업체의 쌀 구매량만 64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떡, 면, 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 생산에 사용된 양이다. 더불어 전국 급식 시설과 외식업계에서 사용되는 쌀의 양도 연간 수십만 톤 규모지만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아 실제 쌀 소비가 과소 계상되는 구조다.
급식 및 외식 연간 쌀 소비량을 보수적으로 약 20만 톤으로 산정하더라도, 현재 통계에 집계된 1인당 쌀 소비량 55.8kg과는 약 20kg 차이가 발생한다.
한편 각종 전문가와 현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해당 통계를 인용하고 있어 정책이 국민 체감과 괴리가 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일영 의원은 "즉석밥, 술, 떡, 급식 등 실제로 국민이 소비하는 쌀이 모두 빠진 통계를 '1인당 쌀 소비량'이라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이러한 부실 통계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하면 농업 수급과 예산 정책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쌀 소비량 통계는 농업정책의 기본 지표이자 식량자급률과 직결되는 국가 통계"라며 "국민의 실제 소비 패턴을 반영한 투명한 조사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은 2023년 이후 외부 자문과 자체 조사, 연구 과제를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외식·급식 부문 쌀 소비량을 반영하는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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