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7% "건강 악화"… 50% "격무로 환자 안전까지 위협"

전국전공의노조, '제1차 근로실태조사' 결과 발표…절반 이상 주 72시간 초과 근무

전공의 10명 중 7명 이상이 과중한 업무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전공의의 근로시간 제한법(전공의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근무와 휴식 미보장, 병가 미허용 등의 문제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위원장 유청준)은 지난 9월 1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차 전공의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이는 전체 전공의(1만305명)의 약 9.8%가 참여한 결과로, 첫 전국 단위 전공의 근로환경 실태조사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1%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 27.8%는 주 80시간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공의법이 정한 근로시간 상한(주 80시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제도 시행 7년이 지나도록 근로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유청준 위원장은 "정부가 시범사업과 지침 개정을 통해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다수 병원에서 '법정 초과근무'가 일상화돼 있다"며 "정부의 방치 속에서 전공의법은 사실상 '합법적 과로사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응답자의 77.2%가 근무로 인한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통계청 조사에서 일반 근로자의 업무 관련 건강 문제 경험률(30.3%)보다 2.5배 높은 수치다.

또 75.5%는 법정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91.8%는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75.9%는 병가 사용조차 제한된다고 응답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격무로 인한 환자 안전 위협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50.7%가 '격무가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이 중 대부분(93.8%)이 본인의 건강 악화도 경험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공의노조는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진료에 참여하는 현실에서 환자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며 "전공의는 수련생이자 동시에 병원의 필수 진료 인력인데, 이들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구조가 환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공의노조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80.8%는 휴가나 병가 시 동료 전공의가 업무를 대신 맡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명이 쉬면 나머지 인력의 업무 부담이 폭증하는 구조라는 것.

노조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의 핵심은 인력 문제"라며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하고, 입원전문의·진료지원인력 등 대체 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다수의 병원이 근로시간·휴게시간·휴가 등 기본 근로조건을 위반하고 있으나, 복지부의 관리체계가 병원 '자율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 감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단순한 서류 점검이 아니라 근로감독관의 불시 점검, 수련병원 실태조사, 신고자 보호제도 등을 포함한 상시적 현장감독체계와 법 위반 병원에는 과태료 부과, 수련병원 인증평가 반영, 국고지원 제한 등 실효적 제재 병행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 중 하나가 '12주간 주 60시간 초과근무'인데, 전공의법 특례조항대로면 주 80시간 상시근무가 가능하다"며 "이는 전공의의 노동안전 문제이자 환자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가 전공의법과 노동법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병원에 준수해야 할 기준을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청준 위원장도 "전공의법이 수련의 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합법적 과로사'를 정당화하는 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공의의 노동환경 개선을 외면하면 필수의료 인력 양성체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 첫 전국 단위 근로 실태 확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정부는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즉각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