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불안 팔아 장사하는 가짜 눈 영양제, 국민 건강 위협"

인터뷰/ 대한안과의사회 오청훈 의료정책위원장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차이도 구분 못하는 광고들 범람
"눈 질환은 진단과 치료 우선돼야… 영양제는 한계 분명"

오청훈 대한안과의사회 의료정책위원회 위원장 

최근 온라인 쇼핑몰과 SNS에서는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 '백내장을 예방한다'는 눈 영양제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단순 건강기능식품 수준이다.

문제는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 시력을 위협하는 만성 안과질환 환자들까지 이 같은 광고에 현혹돼 병원 치료 대신 영양제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치료제'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을 겪을 위험이 크다.

국민 눈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대한안과의사회가 칼을 빼 들었다. 기존 정책위원회를 '의료정책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오청훈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임명, 가짜 영양제 실태 조사와 대응 강화에 나선 것이다. 본지는 오 위원장을 직접 만나 허위·과대광고의 위험성과 올바른 눈 건강 관리 방안을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오청훈 위원장은 최근 환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는 가짜 영양제 시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그는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환자들이 진료실에 와서 '이 제품 먹으면 낫는다던데 괜찮으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업체가 '실명 위험'을 과장해 불안을 자극하고, 의사·약사를 사칭한 광고를 AI로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까지 나옵니다. 이는 단순한 상술을 넘어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의학적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은 원칙적으로 광고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광고심사를 받지 않고 과장광고를 하거나 심지어 기능식품도 아닌 일반 식품을 의약품처럼 오인될 정도로 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대한안과학회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업체 고발을 진행하고, 의협과도 공조에 나섰다. 식약처는 단속 강화와 사이트 차단, 현장 조사 등을 약속했지만, 오 위원장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상시 모니터링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위 영양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뒤에는 국가검진 제도의 빈틈도 자리한다.

오 위원장은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은 모두 안저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국가검진 항목에 안저검사가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이 스스로 영양제에 의존하거나 병을 키운 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과거 비용효과성이 낮다는 이유로 검진 항목 확대가 무산됐지만, 오 위원장은 "여러 질환을 통합 평가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입증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4차 국가건강검진 계획에는 반드시 안저검사가 포함돼야 한다"며 정책토론회 개최와 국회 협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학생 건강검사 통계에서 초등학교 1학년 시력 교정률이 6.59%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언급했다. 

오 위원장은 "저시력은 학습 능력과 사회성, 나아가 직업 선택까지 영향을 준다. 그런데 학교 검진은 형식적이고, 조기 진단-치료 연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만 5~6세 정밀 안과검사 의무화를 주장하며, 교육청과 연계한 학교 검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제공한 안과 진료 회신서를 제출하는 학생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 차원에서 학령기 시력검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기부금 형식의 의료 바우처가 환자 유인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교모하게 법망을 피하는 신종 불법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는 "복지 명목으로 환자를 특정 병원에 연결해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환자 지원은 필요하지만, 회계의 투명성과 대가성 없는 연결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실명예방재단처럼 환자가 직접 병원을 선택하는 구조가 모범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보 불균형과 과열 경쟁으로 인해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상급병원을 찾는 현상도 지적됐다. 

오 위원장은 "군 단위까지 안과가 없는 곳이 거의 없다. 개원가 의료진과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꾸준히 방문하는 동네 안과가 곧 '평생 안과 주치의'의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과의사회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홍보위원회를 신설하고, 유튜브 채널 '눈똑(DOC)TV'를 개설해 환자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과장 광고보다 의학회와 학회가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현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의료정책위원회의 핵심 전략은 '근거 기반'이다. 이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와 해외 사례가 정책 설득의 열쇠다. 복지부 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자체 연구용역도 추진하겠다"며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국회와 정부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오 위원장은 "대한안과의사회 의료정책위원회는 단기 대응을 넘어 선제적 정책 제시를 목표로 신설됐다. 앞으로도 국민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원들을 향해 "국민 눈 건강과 회원 권익을 위해 의사회에 힘을 모아달라"며 국민들에게는 "가까운 동네 안과를 평생 주치의로 삼아 눈 건강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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