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변정환 박사의 동상을 세우자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후 새롭게 생겨난 보건대학원에서 일생을 보냈다. 보건대학원에 박사과정이 생겼을 때 한의과대학을 나온 변정환 박사가 박사 과정에 지원했고,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의학사와 보건사, 전통의학에 관심을 가졌던 내가 변정환 박사의 지도교수였다.

한의과대학을 나와 개원한 그의 한방병원에는 환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병원 근처 여관에 머물면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도 많았다. 좋은 일도 많이 했고, 재산도 쌓였다. 그것을 모두 바쳐 지금의 대구한의대학교를 만들었다. 보건대학원도 만들어 서울대학교에서 보건학을 공부한 인재들이 그곳에서 일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새벽 3시면 일어나고 1만보를 걸은 뒤 출근했다. 고기와 자극적인 음식은 멀리하고 채식과 현미밥을 좋아했으며, 틈날 때마다 태극권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기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모은 전 재산을 대학에 바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최근 한의학 인기가 조금 덜한 것 같다. 한때 한의과대학에 들어가기가 일반 의과대학보다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한의학도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벗어나 또 한 번 도약할 때가 왔다고 본다.

중국과 국교를 맺은 미국 닉슨 대통령을 수행한 언론인 제임스 레스턴(James Reston)이 중국 현지에서 맹장염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는 협화병원에서 마취제를 맞고 맹장수술과 침구치료를 받았다.

침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수술까지 가능한 중의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이수호 박사가 김종필 씨의 안면마비를 고쳐 주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해부학 교수였던 이명복 교수는 체질침을 배워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줬고, 유태우 박사가 수지침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제 모든 명성은 옛이야기가 됐다. 변정환 박사의 역할이 더욱 아쉬워진다. 그의 능력을 생각하며 나는 변정환 박사의 새로운 도약과 활동을 기대한다. 참 훌륭하신 분이다.

내가 한평생 살면서 부러워할 정도로 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 변정환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동상 설립을 제의한다. 그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던 대구와 청도, 서울의 한의사회관에 동상과 흉상을 만들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또 슬럼프에 빠진 한의학을 다시 제 궤도에 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대구한의대학부터 그의 동상을 세울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