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통상적인 치료기간을 8주로 제한한다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졸속 행정이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책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한의협은 "경상환자 치료기간 8주 제한은 의학적 타당성도, 통계적 근거도 없다"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자동차보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수 한의협 보험이사는 패널로 참석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이사는 "개정안의 핵심은 경상환자의 치료기간을 8주로 설정하고, 그 이상 치료 시에는 환자나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별도 자료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인 '8주'라는 숫자의 의학적·통계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부는 '경상환자 중 90%가 8주 이내 치료를 종결한다'는 통계를 제시했지만, 감사원 감사보고서나 보험사 내부 자료와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자동차사고 관련 통계는 조사 방식과 기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한의 진료는 이미 엄격한 통제 아래 시행
김 이사는 "일부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가 무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적용 중인 규정을 보면, △입원은 사고 초기 5일 정도만 인정 △외래 통원은 3주 이후 주 3회 이하 제한 △첩약은 최대 20일 한도 △추나치료는 20회 이내 △침·뜸·부항 등도 기간별로 제한이 있다.
또한 심평원이 심사를 통해 기준 초과 진료를 삭감하며, 이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김 이사는 "이미 과잉진료를 막는 견제 장치가 촘촘히 마련돼 있다"며 "극단적 사례만 부각해 경상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왜곡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94%에 해당… "의료계 의견 반영 없어"
김 이사는 "경상환자라는 이름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전체 자동차사고 환자의 94%가 여기에 포함된다"며 "2024년 기준으로만 160만 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의료계, 특히 교통사고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한의계의 의견은 개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의협은 일부 일탈 행위는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모든 환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국민에게 행정 부담을 지우고, 보험사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 이익보다 환자 치료권 우선해야"
윤성찬 한의협 회장 역시 토론회 질의응답에서 "국토부가 제시한 통계는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단순 비교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 이를 건강보험 진료비와 단순 비교하면 왜곡된 결론이 나온다"며 "최근 3년간은 한의 진료비 증가세도 안정적이므로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는 이미 심평원의 심사와 통제를 받고 있으며, 치료가 8주를 넘길 경우 더 엄격히 제한된다"며 "무조건 8주 이내로 제한할 경우 치료비 절감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환자의 충분한 진료권만 침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의협은 이번 개정안을 '보험사 비용 절감만을 위한 졸속 행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협회는 지난 7월 국토부와 대통령실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세 차례 궐기대회를 열었고, 국회 토론회도 개최하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윤 회장은 "무작정 제한을 두기보다, 의료계·금융당국·소비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보험 건전성 확보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 치료권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해야"
한의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한의계 이익'이 아닌 '국민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수 이사는 "경상환자의 치료를 8주로 제한하면 환자가 원해도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보험 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은 중요하지만, 그 방식이 국민의 권리 침해를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며 "국토부는 졸속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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