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수팀이 무증상 단백이상 질환자의 난치성 혈액암 진행 위험인자를 처음으로 규명해 주목된다.
서울성모병원(원장 이지열)은 최근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혈액내과 박성수 교수팀(민창기 교수·가톨릭의대 약리학교실 한승훈·최수인 교수)이 무증상 단클론감마글로불린혈증(MGUS) 환자가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으로 진행될 위험을 높이는 5가지 위험인자를 발굴하고, 이를 점수화한 '다발골수종 진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교수팀에 따르면 MGUS은 혈액 속에 비정상적인 단클론 면역글로불린(단백질)이 검출되는 질환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의학계에서는 진단돼도 환자에게 증상이나 병적 증후를 유발하지 않아 바로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동시에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골수 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만큼, 매년 약 1%의 확률로 악성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어 혈액암 다발골수종의 전구 질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혈액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는 없었다는 것.
이에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해 2007~2022년 15년간 MGUS가 진단된 환자 5361명을 대상으로 예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MGUS 환자의 악성 진행 위험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 중 345명(6.4%)이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됐고, 이들 중 253명(73.3%)은 실질적 증상이나 장기 손상이 나타나는 증상성 다발골수종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MGUS 환자의 다발골수종 진행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위험인자는 △여성 △만성 폐질환 △위궤양 질환 △당뇨병 △비종양성 혈액질환(빈혈·혈소판감소증 등) 등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교수팀은 위험인자를 점수화하고 예측 점수에 따라 환자를 △저위험(0~3점) △중간위험(4~5점) △고위험(7점 이상) 세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그 결과 고위험군은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될 위험이 2.5배 이상 높았다.
박성수 교수는 "그동안 MGUS로 진단된 환자 중 이번 연구로 밝혀진 위험인자를 동반한 여성 고령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보다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며 "위험인자를 분석·개발한 이번 평가 도구는 개별 환자를 보다 면밀히 추적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창기 교수는 "이번 예측모델은 단일 인자보다는 복합 건강 상태에 기반해 정량화하므로 진료 현장에 직접 적용 가능한 도구"라며 "1차 진료기관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MGUS 고위험 환자의 조기 식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종양학회 공식 학술지 'ESMO Open'(IF: 8.3)에 최근 게재됐으며, 진료 현장에서 조기 예측을 돕기위해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R-Shiny)을 통해 공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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