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사회(회장 최운창)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 중인 '외국인근로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시행 2개월여 만에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태국, 카자흐스탄 등 200명 이상의 외국인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의료비 지원을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전라남도가 지정한 '외국인 안심병원' 70여 곳과 연계해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에게 통역 지원, 진료비 감면과 함께 직접적인 의료비를 지원하는 전국 유일의 민관협력 모델이다.
전라남도에는 약 8만6천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근로자다. 하지만 건강보험 미가입률이 높아 경제적 부담과 언어 장벽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료인으로서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책임감 아래 KOFIH 재원을 확보하고, 안심병원 내 외국인 환자 발생 의료비를 직접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전라남도 외국인주민 통합콜센터 9개국 상담사 연계와 수술 후 사례관리까지 포함한 포괄적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2개월여 만에 외래 진료비 190건, 입원·수술비 20건 등 200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진료 현장에서는 "병원비 걱정에 치료를 포기할 뻔했다"는 절박한 사연과, "지원 덕에 건강뿐 아니라 마음까지 회복했다"는 감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 절박한 사연
목포한국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베트남인 A씨(50대)는 "건강보험이 없어 수술을 포기할 뻔했지만, 전라남도의사회 지원 덕분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사업이 없었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목포미래병원에서 허리 골절로 입원한 B씨(40대)는 "진료비가 500만 원 이상 나와 정말 막막했지만, 의료비 지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저처럼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도 이런 소중한 지원이 더 널리 전달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목포중앙병원에서 자궁근종 및 난소낭종 수술을 받은 베트남 여성 D씨(40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2022년 은행에서 1500만 원을 빌려 한국에 왔다"며 "'내가 무너지면 가족이 무너진다'는 마음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다 병이 깊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지원 덕분에 치료받을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그 덕분"이라며 "제발 아프면 참지 마세요. 저처럼 참다가 병이 커진 뒤에야 병원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몽골 여성의 응급수술 성공 사례
여수전남병원에서 담낭결석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몽골 여성 E씨(30대)는 "780만원의 수술비에 절망했지만, 병원의 수가 감면과 의사회의 200만 원 지원으로 250만 원만 부담하게 되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남편도 간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병원에 함께 있었는데, 이번 지원이 없었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라며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의료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근로자들 응급상황 대응
해남우리종합병원에서 발작 증상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스리랑카 남성 F씨(40대)는 "발작 증상이 일어나서 혀를 깨물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친구들이 병원으로 이송시켜 줬다"며 "진료비를 많이 걱정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많이 걱정할 필요 없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고 조언했다.
여수제일병원에서 발뒤꿈치 골절로 수술받은 스리랑카 남성 I씨(30대)는 "비자가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쉽게 갈 수 없었다"며 "건강보험도 없어서 지원이 없었다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태국 여성의 갑상선 수술 지원
여수전남병원에서 갑상선 수술을 받은 태국 여성 G씨(30대)는 "모텔에서 청소 일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상황에서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오면 치료하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컸다"며 "걱정했던 치료비 및 약값도 지원받아서 병원비 납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안도하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카자흐스탄 여성의 감동적인 고백
Y 병원에서 발목 골절로 치료받은 카자흐스탄 여성 H씨(30대)는 가장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상가 2층 높이에서 떨어져 다쳤는데, 90% 이상이 돈 걱정이었다"며 "이 제도는 나에게 빛과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의 한 줄기 빛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는 이러한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병원에서 먼저 찾아와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며 "나의 나라에서도 받을 수 없는 순수한 선함이다. 죽을 때까지도 이 사실은 나에게 큰 감동이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깊은 감동을 전했다.
한편, 의료진들은 미등록 이주민들의 신분 노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불법체류 상태에서 열사병 치료를 받은 베트남인 환자는 "단속이 심하다는 소문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조차 두려웠지만, 병원에서 통역사를 연결해주시고 의료비 지원 절차를 자세히 안내해주셨다"며 "신분 노출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전라남도의사회는 10월, 11월 외국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예방접종, 결핵검진, 일차진료, 보건교육, 구급약품 및 생필품 지원, 노무상담, 정신건강 상담 등 '찾아가는 이동클리닉'을 휴일에 운영하여 평소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 분들께도 현장 밀착형 진료를 통해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의료인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아픈 사람을 돕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가 진정한 의료인의 소명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카자흐스탄 환자분이 '어둠 속 한 줄기 빛 같다'고 표현해주신 말씀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라며 "앞으로도 이동클리닉 확대와 참여 병원 확충을 통해 전라남도와의 민관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 지역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며 "이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누구든 아플 때 두려움 없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의사회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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