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해요' 60대 여성 A 씨는 중요한 약속을 잊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헤매는 일이 반복돼 고민 끝에 신경과를 찾았다. A 씨처럼 일상생활에서 깜빡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건망증으로 여기며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치매를 알리는 작은 신호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치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치매 환자 수는 97만명(치매 유병률 9.17%)으로 예상되며 2026년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일상에서 겪는 건망증이 치매의 전조증상인지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건망증은 주로 특정 사건의 일부분을 잊는 것이 특징이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반면, 치매는 아예 경험한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 사실을 잊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성격 변화나 감정 기복, 판단력 저하 등도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수원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전문의 황윤하 과장은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며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질환으로, 잊어버리는 일이 잦고 감정 기복이나 성격 변화가 동반된다면 치매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주 다니던 길을 기억하지 못해 헤매거나, 예전엔 꼼꼼했던 사람이 실수를 반복하는 등의 변화는 단순 건망증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주변 지인이 먼저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황 과장은 "건망증으로 가볍게 넘기기보다는 조기 진단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건강검진을 매년 받듯이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뇌 MRI, 치매 선별 검사(MMSE), 혈액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뇌 MRI는 뇌조직과 혈관의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뇌 병변의 위치 및 혈관 상태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일상생활 속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잦아지면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이 함께 신경 써주어야 한다. 단순한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치매 초기 증상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
상에 해당된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나 스트레스 탓으로만 넘기기보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