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비대면진료 법제화… 내과의사회 "국민 건강 도외시한 행정 폭주"

"진료 본질 훼손, 의료사고 위험 높이는 졸속 입법… 즉각 중단해야"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초진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문제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으로, 원칙적으로 재진에 한정하되 ▲18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고령자 ▲섬·벽지 거주자 등 일부 대상자에 대해 초진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내과의사회는 이 같은 법안에 대해 "의료는 단순한 편의서비스가 아닌,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울타리"라며 "대면 진료는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진단·치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신중한 의료행위로, 이는 영상통신으로 대체할 수 없는 본질적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초진 비대면진료, 오진·사고 위험… 환자 안전성 훼손"

내과의사회는 특히 초진을 비대면으로 허용할 경우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진이 직접 환자의 병력과 증상을 확인하고, 신체 진찰을 통해 진단을 내리는 기본 과정을 생략하게 되면 오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감별이 어려운 다양한 증상이 혼재되며, 이는 단순한 영상 진료만으로는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과의사회의 입장이다. 또한 "재진이라 하더라도 질환 자체가 다르면 사실상 초진이나 다름없는 상황인데, 현행 법안은 이러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리처방까지… 안전장치 부재"

논란은 대리처방 허용 요건에도 있다. 개정안은 대리 수령자가 있을 경우에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대리처방은 의료기관 방문을 전제로, 신분 확인과 환자 상태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이루어지지만, 원격 진료 체계에선 이마저 생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내과의사회는 "약 배송은 불허하면서도 진료는 화면을 통해 허용하는 불완전한 체계"라며 "환자 안전성과 서비스 일관성 모두를 저해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 관리 부실도 문제로 꼽혔다. 개정안은 단순한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어, 의료정보를 다루는 플랫폼이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과의사회는 "플랫폼은 진료 중개 역할을 하며 민감한 환자 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의료전문성에 기반한 엄격한 인증제와 책임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안은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조항이 없어 사실상 무책임한 중개업자 생계를 보호하려는 법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내과의사회는 또 하나의 문제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부재'를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시범사업 관련 주요 데이터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가공이 필요한 정보로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직접 시행한 사업조차 실효성과 영향을 확인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정책 투명성 포기"라며 "객관적 데이터 없이 입법을 강행하고, 의료계의 합리적 자료 요청은 거부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법안이 정권 초기 '정치적 속도전'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내과의사회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법안을 보건복지부령 등 하위 규정으로 추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게 만든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책 결정의 방향성이 민의가 아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는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의료계와의 책임 있는 협의를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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