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18세 미만 소아환자 초진까지 원격진료 허용 가능성을 열어둔 정부 방침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적 오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조항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법안은 원칙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재진환자'에 한정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섬·벽지 거주자 ▲감염병 환자 ▲군인 및 교정시설 수용자 ▲복지부 장관 인정 대상 ▲18세 미만 및 65세 이상 고령자 등은 초진도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의료계는 이 중 '18세 미만' 조항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포괄적인 연령기준 적용이 현실적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소아 환자 초진을 원격진료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는 성인과 달리 스스로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만큼, 보호자의 진술만으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며 "시진, 촉진, 청진이 필수인 소아 진료에 원격진료를 적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의학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도 언급됐다.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2023년 폐쇄성 후두염이 의심됐던 한 영유아가 원격진료 이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사건이 있었다.
의사회는 "소아 환자에서 발열, 호흡곤란, 경련, 복통 등 비전형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원격진료는 오진 및 진료 지연의 원인이 되며, 이는 곧 중대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고는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천식, 세기관지염, 후두염 등 소아 호흡기 질환의 경우 대면 환경에서의 신속한 진단이 필수라고 명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초진 원격진료는 해외에서도 대다수 철회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초진 원격진료는 환자 안전상 제한하거나 철저한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 학계의 의견 수렴이나 독립적 검토 기구 구성 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원격진료 플랫폼 기업과 정부 모두가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은 오로지 의료진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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