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 대한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한 협진 활성화를 위한 5단계 시범사업'이 국민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위험한 실험에 불과하다"며 "시범사업 강행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2016년부터 시작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연장선상에 서 있으며, 복지부는 지난 16일 2027년까지 5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현재까지 약 10년간 지속되고 있으나, 실제 운영을 보면 한방에서 의과로의 협진 의뢰가 대부분이고, 의과에서 한방으로의 의뢰는 극히 드문 수준으로 실질적인 상호 협진 체계가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특위는 협진의 효과가 과학적·객관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동안 의료계 내부는 물론 보건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당 시범사업의 효과성·안전성·비용 효율성 등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한 채 협진의 제도화를 전제로 한 시범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
한특위는 "건강보험 제도를 행정 편의적으로 이용해 한방 직역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방향이며, 무엇보다 시범사업을 빙자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 실험을 진행하려 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충분한 의학적 검증 없이 의·한 협진 구조를 일방적으로 본사업 전환하는 시도는 의료의 과학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중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특위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1~4단계에 거쳐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약 100억여 원의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협진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근거는 여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의사와 한의사는 면허취득 체계, 진단원리, 치료방법이 근본적으로 상이함에도 단지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목적을 위해서 의·한 협진을 시행하는 것은 환자에게 중복 진료 및 혼란을 초래하고,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 주체조차 불명확하게 만들어 의료의 질을 훼손할 수 있다.
더불어 협진 구조는 건강보험뿐 아니라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중복청구 및 재정누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검증이나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에 한특위는 정부에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서두르기에 앞서, 먼저 해당 사업의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 환자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우선 시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영향과 환자 본인부담 증가 가능성 등 구체적인 재정 분석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보험재정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시범사업을 즉각적으로 중단 및 철회하고,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성과 평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부터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나아가 공정한 논의를 통해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의협, 대한한의사협회, 복지부, 환자단체,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시범사업의 과학적 근거, 제도적 정당성, 건보재정 영향 등을 논의할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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