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개원의·전공의·학생 등 의료계 통합만이 위기 돌파"

인터뷰/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의정갈등·정책 불신·트리플링 위기… 의료계 재건 위한 '연대' 강조

대한민국 의료계가 격랑의 한가운데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정책 이슈를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리플링 사태로 대표되는 교육 현장의 위기, 젊은 의료인의 집단 이탈, 정책 소통의 부재는 의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런 혼란 속에서 "이제 의료계는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과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서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위기의 의료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현 의료 상황을 "의료 농단 이후의 재난 대응 단계"라고 규정했다. 의대 증원만으로는 결코 의료 인프라가 강화되지 않으며, 특히 지역 의료 문제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구가 줄고 지역이 사라지고 있으며, 병원은 남아 있어도 사람과 재정이 없으면 의료는 존재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지역과 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전면적인 의료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 재설계의 주체는 정부 혼자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의료계가 목소리를 내고, 학계와 현장이 함께 참여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신뢰 회복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황 회장은 무엇보다 '정책 신뢰'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정원을 발표하는 방식,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해 여론을 주도한 행태는 젊은 의료인의 자존감을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유급'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복귀를 강요한 결과, 실질적인 트리플링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1학년 수업이 마비된 학교도 생기고 있다"며 "교육의 정상화와 젊은 의사의 복귀를 위해서는 징계와 압박보다 회복의 메시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복귀 의사를 가진 전공의 및 의대생들을 위한 ▲임상 연수 프로그램 ▲법률 자문단 ▲장학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황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다시 의료계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겁을 주는 게 아니라,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따. 

"의협, 중심 잡고 방향 제시해야"

특히 황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젊은 의사들이 희망을 걸고 뽑은 집행부였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의료계 리더십의 정비를 주문했다.

그는 "의협은 감정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방향을 잡는 조직이다. 지금은 내부를 설득하고 국민을 이해시키는 전략이 절실하다"며 "의협이 정부보다 먼저 의료계 통합 메시지를 내야 한다. 개원가, 봉직의, 전공의, 의대생이 따로 목소리를 내는 구조에서는 정책 주도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가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의대생·전공의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학회 및 시병원회와 연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교육 현장에 직접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전국 시도의사회 간 연대와 국회·정당과의 정책 채널을 복원하며, 의료계의 '중간 플랫폼'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우리끼리 싸울 시간이 없다. 이젠 방향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그것이 의료계 재건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를 향해서도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부 독주가 아닌 의료계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은 "정책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논의를 원한다"며 "정부는 일방이 아니라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향해서는 의료정책을 단기 정치 프레임이 아니라 '국가 백년지대계'로 재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의료계는 어떤 책임도 함께 지고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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