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은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재정 안정성 확보, 의약품 공급망 회복력 유지 등 다양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현행 신약 중심의 약가 정책 기조가 지속돼 제대로된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KPBMA FOCUS'에서 최윤희 전문위원은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 재조명'이라는 주제 발표에서"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은 단순 복제를 넘어 '실용적 혁신'과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의 안정적 공급망은 공공의료 체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약가제도는 신약 중심의 정책 기조가 지속돼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산업적·공공적 가치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약가를 30% 인하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기여한다"며 "개량신약은 기존 의약품의 복용 편의성, 안전성, 효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단순한 기술 응용의 산물이 아닌 고령사회에 적합한 치료 대안을 제공하는 혁신의 결과물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는 전체 제네릭 의약품 공급의 약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공급망 불안정, 원료 수입 차질 등 외부 충격에 직면했을 때도 국내 제조 기반과 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대체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어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약가를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 여파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전 세계 단위의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낮고 마진이 적은 한국과 같은 중소시장에서는 제품을 철수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포시가, 스테글라트로, 슈글렛 등 오리지널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치료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국내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유형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운영되면서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연간 2~3회의 약가 인하 사례도 발생하는 등 이러한 잦은 약가 변동은 기업의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은 단순히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이거나 대체재가 아니다"면서"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일상화, 공중보건 위기의 상시화라는 시대적 환경 속에서 국민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설계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제네릭과 개량신약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능적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내 공급을 지속한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 다른 제네릭 의약품 대비 저렴한 약가로 공급한 경우 사후관리로 인한 약가 인하율을 일정 비율 면제하는 방식이 고려된다.
또한 가격 평가 기준 개선을 위해 해외 주요국의 제네릭 약가 산정 방법을 참조할 수 있으며,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는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제도의 본래 취지인 실질적인 약품비 절감 효과를 유도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의 한계점으로는 ▲대형병원 집중현상 ▲의원·약국 참여 미비 ▲지속가능성 저하 등을 꼽았다.
최 위원은 "각 사후관리 제도는 저마다의 도입 취지와 목적이 있으나, 운영 주체와 적용 시기가 상이해 중복·과잉 규제와 예측 가능성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도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필요하며, 정책 간 정합성과 운영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가 공급을 유지한 기업에는 실질적인 보상이 돌아가게 하고, 공공 위기 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한 점을 인정하는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사후관리 제도의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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