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퍼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직 전공의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자 의료계가 유감 표명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법원이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빚어진 '의정갈등'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도외시한 채 전례 없이 과도한 사법적 처벌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의료농단에 맞선 의료계 내부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문제 제기의 권리를 침해한 과도한 형사 처벌이라 판단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직 전공의 류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전공의 정모씨에게도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류 전공의는 지난해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 중인 의사·의대생 등 2974명의 명단을 '페이스트빈', '아카이브' 등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이 사건은 의료농단 사태에 맞서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의료계 내부의 구조적 갈등과 내부 고발 행위의 형사화라는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악의적 공격이 아닌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류 전공의의 표현 방식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그 맥락을 무시한 채 전례 없는 형사처벌"이라며 "'피해자가 단톡방에서 탈퇴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했다', '해외 사이트에 올라가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지만, 이는 2차 피해를 사건의 본질과 동일선상에서 판단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의료계 현실의 구조적 긴장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외면한 판결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지난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빚어진 의정갈등으로 현재의 상황을 무시한 채 과도한 사법적 처벌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추후 항소심 대응을 위해 법률 전문가와 공동으로 법률대응팀을 구성하고, 항소심에 필요한 모든 자료 지원과 전략적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사안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과 의료계 내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등에 '의료계 표현의 자유 및 내부고발 보호 제도 개선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의료계 내부의 갈등을 촉발한 의료농단 당사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며 "류 전공의의 항소심이 정의롭게 다뤄지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진실이 침묵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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