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들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공약에도 일부 반영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비대면진료는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현실화되고 있으나, 환자 안전을 담보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발의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들이 과연 환자 측면에서의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최근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18세 미만 초진 허용' 조항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원칙적으로 비대면 초진을 제한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에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의협은 "소아·청소년은 진단과정에서 의사의 직관적 판단과 대면 관찰이 필수적이며, 이를 원격으로 대체하는 것은 심각한 진료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분리를 골자로 한 일부 법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약국 방문을 유도하면서 의원 방문은 생략하겠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이는 의료 편의성 확대라는 명분 아래 진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의 양상도 문제로 꼽았다.
김 대변인은 "최근 비대면진료를 통한 처방 약제 중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등 비급여 약제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비의료적 접근은 건강상 필요보다 '편의성'에 방점이 찍힌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에는 식욕억제제나 체중감량제 등 비만 관련 약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
김 대변인은 "누구에게, 언제, 어떤 조건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돼야 하는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절실하다"며 "이 문제는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의료적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앞서, 환자 안전성과 진료 윤리를 중심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앞으로도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비대면진료 제도의 도입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하지만 "다만, 의료는 기술 이전에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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