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플라스틱' 선택 아닌 필수… 정부 지원정책 시급

[창간 59주년 특별기획/ 지속가능한 보건산업 성장전략]
(1) 녹색지구를 위한 노력-화장품 용기 친환경 바람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지난해 11월 22일부터 노들섬에서 화장품 공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전시했다

화장품업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확대 추세
분리배출 가능한 '종이용기' 상용화에도 앞장
재생원료 사용에 따른 다양한 혜택 마련해야


화장품 용기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량이 많은 화장품 용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의 3.4%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플라스틱 저감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 인류를 위한 필연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고 있고 아예 종이로 만든 용기 상용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을 목표로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왔다. 2030년까지 자사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30%를 재활용-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례로 라네즈 '워터뱅크 블루 히알루로닉 크림'은 리필 패키지를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70%나 줄였다. 샴푸·바디워시 용기에 사용하는 재생 플라스틱도 70%가 넘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플라스틱 없는 페스티벌 '판타스틱 데이'를 성황리에 마쳤다. 플라스틱 절감 캠페인 '레스 플라스틱, 위아 판타스틱'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플라스틱 절감에 앞장선 판타스틱 크루들이 그간의 활동을 공유하고, 일상 속 플라스틱 절감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LG생활건강도 기후변화대응,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 등 지속가능 친환경 경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용기 경량화와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100% 폐플라스틱 열 분해유를 원료로 한 친환경 화장품 용기도 개발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의 시도로, 폐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고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용기의 강도와 유해 물질 안전성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이와 함께 멸균 팩 재활용지를 치약이나 화장품 포장재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패키징 소재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용기 본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80% 줄인 친환경 종이튜브를 개발했다. 50kg의 하중도 견딜 만큼 내구성을 강화한 이 종이튜브는 잘 찢어지거나 터지지 않고, 사용 후에는 종이로 분리배출 할 수 있다.

한국콜마는 이후에도 종이스틱과 종이파우치 등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패키지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들 종이 용기들은 편의성·실용성은 물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지속가능성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종이용기 '원핸드펌프 페이퍼팩'

화장품 업체들은 공병수거 등 화장품 용기 분리수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병수거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환경보호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아진 공병들은 의자나 테이블, 건축자재 등으로 변신하거나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시작한 공병 수거 캠페인 '아모레리사이클'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총 2592톤의 공병을 수거했다. 당초 오프라인 중심이던 캠페인은 현재 온라인까지 확대됐고, 수거 대상도 플라스틱·유리 용기는 물론 생활용품, 메이크업 제품까지 확장했다.

CJ올리브영도 지난 2021년부터 공병 수거 캠페인 '뷰티사이클'을 운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공병은 전국 올리브영 매장에 반납할 수 있고, 회사 측은 이를 수거·선별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가공한다. CJ올리브영이 뷰티사이클을 통해 지난해 5월까지 수거한 누적 공병은 4727kg에 달한다.

이와 같이 친환경 화장품 용기가 점차 증가하고 분리배출이 생활화되고는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많다. 분리배출이 어려운 용기들이 여전히 많을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 용기들의 재활용률이 아직까진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생원료 사용에 따른 다양한 혜택도 업체의 자발적인 재활용률 제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도 업계의 친환경 경영 확대를 유도하는 기폭제가 된다.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응원하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연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착한 생산-착한 유통-착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에 몸을 싣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인류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플라스틱 저감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지키고 기업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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