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친환경 인프라 구축 앞장에도
ESG 보고서 공시율 주요 산업군 중 최하위
국제 ESG 기준에 맞춘 전략적 대응도 중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ESG 관련 규제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래산업의 주축으로 급부상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경영) 강화와 관련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이들 기업에서 생산하는 주요 품목인 의약품을 만드는 제조공정에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공장의 설계와 운영 면에서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고효율 보일러와 외부 난방열과 용수를 재사용 할 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는 가 하면,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건설 공법도 친환경적으로 전환했다.
또한 내년 들어설 제5공장을 주축으로 제2바이오캠퍼스를 저탄소 친환경 사업장으로 운영해 바이오플랜트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205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 체결을 통해 2026년 사용 전력의 11%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시행하는 '2025년도 스마트생태공장 구축 사업'의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자사 청주공장에 대한 본격적인 개수 작업에 들어갔다.
'스마트생태공장 구축 사업'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제조 공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및 오염 물질 저감 △자원 순환성 제고 등 친환경 전환을 위한 설비 개선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일동제약은 △에너지 효율성 제고 △온실가스 저감 △폐기물 등 오염 물질 배출 축소 △사업장 안전 및 보건 △지역 사회와의 조화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효율 설비 확충과 더불어 폐기물 처리 및 재순환 시설 도입,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생산성 제고는 물론, 환경 친화적 요소도 동시에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율이 국내 주요 산업군 중 최하위 수준이며,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그린처방전 약대생 서포터즈'가 발표한 '제약업계의 ESG 보고서 현황 및 탄소배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이며, 보고서 발간율과 데이터 투명성에서도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30개 기업 중 2024년 ESG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17개사(56.7%)에 불과했다. 타 조사에서 국내 250대 기업의 ESG 공시율이 8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기업의 공시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ESG 행복경제연구소의 기업별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제약기업의 ESG보고서 공시율은 50%로 전체 15개 업종 중 꼴찌로 나타났다. 전체 공시율이 평균 80.4%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
한국 ESG 기준원이 상장기업의 ESG 경영수준을 평가한 ESG 등급에서도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은 제약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환경부문으로 한정하면, S등급은 물론이고, A+등급을 받은 기업도 없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Scope 3까지 포함해 공개하고, 탄소중립(Net-Zero)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등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제약사들은 Scope 3 배출량까지 포함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머크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가 Scope 3에서 발생한다고 보고하며, 협력사와 함께 감축 전략을 추진한다. 화이자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설정,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의 Scope 3 배출량 감축 계획을 수립했다.
GSK는 2030년까지 밸류 체인 전체에서 탄소중립 목표 설정, 재생에너지 100% 도입을 추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5년까지 자체 운영 탄소중립, 2030년까지 공급망 포함한 전체 밸류체인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아울러 국제 ESG 기준에 맞춘 전략적 대응도 중요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미국의 탄소배출 규제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발맞춰 국내 제약사도 ESG 경영 수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해 탄소중립 기술 및 친환경 제조 공정을 공동 개발하고,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선제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처럼 국내 제약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ESG를 단순한 경영 트렌드가 아닌,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전방위적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높은 ESG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도입해 ESG 공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2026년부터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ESG 보고서 작성 비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투명하게 설정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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