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 '병원 내 탄소 발자국 줄이기' 앞장

[창간 59주년 특별기획/ 지속가능한 보건산업 성장전략]
(1) 녹색지구를 위한 노력-의료폐기물 친환경관리

의료폐기물 급증세… 안전한 처리 과제로
서울아산·삼성서울 등 발 빠른 친환경 전환 
정부 멸균장비 도입 지원 등 종합대책 발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폐기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폐기물 처리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일회용 보호구, 주사기, 검사키트 등 감염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물품이 늘어나면서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의료폐기물의 친환경 전환은 감염 예방뿐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과제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20년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30만 톤에 육박, 2019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의료폐기물은 △감염 우려가 있는 폐기물(혈액, 조직 등) △일반 폐기물(드레싱, 붕대 등) △폐약품 및 화학물질 등으로 나뉘며, 감염성 폐기물은 소각 처리로 이어져 탄소 배출량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의료폐기물의 90% 이상은 고온 소각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감염 예방에는 효과적이나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체계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폐기물 운송 과정에서의 이동 중 누출, 감염 위험성, 처리시설 부족 등 문제도 병행되고 있어 보다 선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의료폐기물 감축 및 재사용 확대, 비소각 멸균처리 기술 도입, 의료기기 친환경 설계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병원 자체 내에서 멸균 후 일반 폐기물로 전환하는 시설을 갖춰 탄소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 운반 리스크도 최소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의료폐기물의 80%는 감염성이 없으며, 비감염성 폐기물은 일반 폐기물처럼 분리·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분리배출-무해화-재자원화' 체계 확립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정부도 최근 환경부·복지부 공동으로 의료폐기물 관리 종합대책(2023~2027)을 발표하며 △비감염성 폐기물 분리배출 확대 △병원 내 감염성 폐기물 발생 억제 △친환경 멸균장비 도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병원 규모별 관리 역량 차이, 친환경 처리시설의 부족,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 등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의료기관도 의료폐기물 친환경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부속병원 등 주요 병원들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강화, 멸균재처리 도입, 재활용 가능한 의료자재의 사용 확대 등을 통해 '의료 내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나섰다.

우선 2020년 서울대치과병원이 의료기관 최초로 ESG경영을 발표했으며, 2021년에는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서울아산병원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고려대의료원, 삼성서울병원, 부천세종병원 등 각 병원에서 순차적으로 ESG위원회 설립을 공식화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의료폐기물을 최소화하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친환경적인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ESG위원회를 발족해 병원 운영 전반에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친환경 경영 측면에서는 폐기물 및 탄소 배출 감소를 중점 과제로 선정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찾아가는 폐기물 교육 △일회용 재료 및 액체류 분리수거 확대△'아산 그린(에너지 절약)' 캠페인 실시 △인버터 설비△보일러 △냉방기 개선 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 폐기물 관련 총 비용은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약 4.9% 감소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은 약 3.6% 감소한 효과를 거뒀다.

삼성서울병원은 ESG경영을 강화하며, 2024년 두 번째 ESG보고서를 발간했다. 병원은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 교육과 프로세스를 개선해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절감하고 있다. 또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해 1회용품 쓰레기를 감축하고, 친환경 장례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도 의료기관 ESG 실천의 가이드라인이 될 118개 항목의 '2025년형 ESG 가이드라인'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의료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자원순환 유니폼 프로젝트를 통해 고대병원에서 수거한 폐간호사 유니폼을 화학적으로 재생한 섬유로 새롭게 제작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병원 내 폐기물 저감은 물론, 의료현장 내 순환경제 실현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지속적인 의류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통해 병원 구성원들의 ESG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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