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최후 보루 '카바페넴'도 위협… 소아치료 '사각지대'

소아 내성균 여부 생명 직결… 균주 감염 폐렴·균혈증 발생시 사망률 50% 상승
대한소아감염학회 이진아 홍보이사 "소아 사용 가능한 신약 도입 시급" 강조해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이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카바페넴(Carbapenem) 항생제마저 무력화 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소아환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신약 도입 지연과 소아 적응증 허가 공백으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감염전문가들은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항생제가 남아있지 않다"며, 현 상황을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위기'로 규정했다.

최근 가톨릭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한·일 소아감염학회 공동심포지엄에서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의 급증, 카바페넴(CRAB)에 의한 폐렴 및 균혈증의 치명적 위험성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이진아 홍보이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항생제 방어선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카바페넴에 의한 폐렴, 패혈증 사례는 국내 병원에서 점차 증가 추세에 있으며, 중증 소아환자에게는 결정적인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열, 염증 등 증상은 비슷하나 내성균 감염일 경우 치료 성적은 확연히 악화된다.

이 홍보이사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단순한 감염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병원체가 사라진 뒤에도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뇌염, 경련, 괴사성 뇌병증 등 중추신경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홍보이사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마이코플라즈마, 독감, 수족구, 뇌염 등 다양한 감염병이 아이들의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병원체는 사라졌지만 염증 반응이 머리에 남아 후유증이 지속되는 '감염후 염증반응증후군'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열과 염증 증상이 있다고 해도, 내성균 감염인지 아닌지에 따라 치료 결과는 극적으로 달라진다"며 "특히 소아 환자에서는 내성균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고, 신속한 치료 약제 접근성이 생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때 1차부터 3차 대체제까지 모두 내성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우려다. 최후의 보루인 카바페넴도 내성균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 교수는 "카바페넴 내성균주는 현재 국내 병원 중환자실, 항암치료 병동, 화상 치료 환자에게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아환자의 치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바페넴까지 내성이 있는 균주에 감염돼 폐렴이나 균혈증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10%에서 최대 50%까지 상승한다"며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제한된 상황에서 내성 유무는 생사를 가르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는 소아뿐만이 아니라 내성균을 가진 고위험군도 마찬가지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에 따르면 연령보다는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치명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국내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한계도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CRE에 대응할 수 있는 다수의 신약이 이미 사용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허가가 늦고 소아에 대한 사용 허가가 제한적이라는 것. 

물론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긴 균(CRE, CRAB)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가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약제가 아예 도입되지 않거나 도입되더라도 성인만을 대상으로 허가돼 소아의 경우 치료 기회조자 가질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현재 CRE에 대응 가능한 신약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다. 특히 미국·일본 등은 생후 3개월 이상 영아까지 적응증을 확대한 신약들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12세 이상, 또는 성인만 허가된 경우가 많다.

이 홍보이사는 "우리나라는 소아를 위한 약제 도입이 근본적으로 늦고, 소아 적응증이 아예 빠진 채 성인만을 대상으로 수입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소아 임상시험이 없다는 이유로 청소년조차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는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며, 전문학회의 의견은 후속 자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가 연령 조정이나 소아 대상 확대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 홍보이사는 "국내 학회도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학회의 의견이 자문 형식으로만 반영돼 실질적 개입이 어렵다. 소아환자에게도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려면 학회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와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허가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이날 이 홍보이사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병원 중심의 내성 관리(ASP)를 넘어서, 일반 국민과의 이해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홍보이사는 "기저질환을 가진 소아 환자들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생명 위협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아 전용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과 허가 연령 확대, 항생제 사용문화 개선, 국제적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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