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찐 어른美' 시니어 여배우에 빠지다

세포랩, 첫 브랜드 모델로 김혜자 발탁… 국내 최고령 화장품 모델로 화제
설화수, 윤여정 이어 최화정 '픽'… 장미희·강부자·박원숙·선우용여 맹활약

뷰티업계에 시니어 모델 바람이 불고 있다. 2030 미녀 배우들이 장악해온 화장품 모델 자리를 시니어 여배우들이 꿰차고 있는 것.

60대 선우용여가 화장품 모델로 선정된 2010년도만 해도 다소 도발적인 마케팅 시도에 가까웠다면, '에이지리스(Ageless, 탈연령)'와 '어반그래니(Urban Granny, 도회적이고 세련된 노년여성)' 트렌드가 본격화한 2020년 즈음부터는 장미희, 강부자, 윤여정, 최화정, 박원숙 등이 줄줄이 화장품 모델로 발탁되며 시니어 모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령대도 지속적으로 높아져 최근엔 83세의 김혜자가 모델에 발탁돼 화제의 중심에 섰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오랜 세월 쌓아온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찐 어른美(미)'를 바탕으로 세대를 초월해 전 연령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시니어 모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세포랩 김혜자 광고 캠페인 영상

세포랩 첫 모델 김혜자 '최고령 모델' 등극

퓨젠바이오 세포랩은 최근 김혜자(1941년 생)를 첫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세포랩 바이오제닉 에센스' TV 광고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데뷔 64년만에 처음으로 화장품 모델에 선정된 김혜자는 '국내 최고령 화장품 모델'이라는 타이틀까지 챙겼다.

캠페인 영상은 성스럽고 웅장한 종교적 분위기의 음악과 공간을 배경으로 토너, 로션, 수분크림 등 기초화장품들이 신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흑백 장면으로 시작된다. 김혜자를 단순한 광고모델이 아닌 브랜드 철학을 대변하는 '화자'로 설정함으로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부 본연의 건강'이라는 브랜드 핵심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세안 후 제일 먼저 바르는 '프리케어 에센스'로 유명한 세포랩 바이오제닉 에센스는 202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2년간 단일품목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돌파한 세포랩의 대표 제품이다.

김혜자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여주인공 이해숙으로 분해 손석구(고낙준 역)와 천국을 배경으로 한 현생초월 로맨스를 펼치며 80대 여배우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설화수, 윤여정 이어 최화정 '픽'… '욜드' 공략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2023년 윤여정(1947년 생)을 블랙핑크 로제, 틸다 스윈튼(1960년 생)과 함께 글로벌 앰버서더(공식 홍보모델)로 선정한 데 이어 2024년 최화정(1961년 생)을 한국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등 소비 주체로 부상한 '욜드(YOLD · Young Old) 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1년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특유의 세련미와 재치 있는 유머로 세상을 '윤며들게(윤여정에게 스며들게)' 한 윤여정은 분야를 막론하고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시니어 모델 대표주자다. 70대 나이에 화장품, 패션, 맥주 광고모델까지 섭렵한 윤여정의 매력은 여전히 '여자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강 동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최화정은 1970년 데뷔 후 지금까지 연기자, DJ, MC, 쇼호스트 등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지난 6월 27년간 진행해온 라디오 DJ를 하차한 후 최화정은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화정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이 채널 구독자 수는 74만명이 넘는다.

닥터쥬크르 '장미희 화장품'으로 8년째 동행

네이처셀 줄기세포배양액 화장품 닥터쥬크르는 2018년 당시 60세였던 장미희(1958년 생)를 모델로 발탁한 후 '장미희 화장품'으로 바이럴하며 지금까지 8년째 장기 동행 중이다. 네이처셀은 건강한 아름다움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장미희가 진정한 디-에이징(De-Aging)을 추구하는 닥터쥬크르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해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장미희는 미모와 지성을 함께 갖춘 여배우로 꼽힌다. 1970~80년대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도 60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무결점 피부로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여성의 뷰티 워너비로 꼽힌다. 1989년부터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도 대학교 명예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강부자, 박원숙, 선우용여도 60 넘어 모델로

스템앤셀 미미셀은 2019년 박원숙(1949년 생)을 모델로 선정 후 매해 계약을 연장하며 현재까지 7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원숙은 2017년 12월부터 KBS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실버 동거 버라이어티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를 진행 중이며, 2019년 2월부터 MBN 가족 관찰 예능 프로그램 '모던패밀리'에 출연하는 등 연기를 넘어 예능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리더스코스메틱은 2021년 강부자(1941년 생)를 신제품 바이럴 영상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리더스코스메틱의 광고영상 'BUZA– 버스 안에서' 뮤직비디오에 70대 강부자가 깜짝 등장,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리메이크한 음악에 맞춰 노래와 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60이 넘은 나이에 화장품 모델을 꿰찬 국내 최초의 여배우는 최고령 유튜버로 맹활약 중인 선우용여(1945년 생)로 추정된다. 줌마테이너의 선구자이기도 한 선우용여는 2010년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 함께 출연한 임예진, 이경실, 박미선, 김지선과 슈에무라의 클렌징 오일 CF를 찍었다. 5명 중 최고령으로 당시 한 방송에서 피부나이 측정 결과 실제보다 무려 13년이나 젊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60대 안티에이징 대표주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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