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의료기기 R&D투자가 먼저

[신년 기획특집1-보건산업 미래, 첨단기술로 승부]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차세대 첨단 의료기기 개발 현황>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도 5년 간 연평균 11.64%씩 생산을 늘려왔고, 매출액 중 9%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국의 GDP대비 R&D투자 비중은 4.15%)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의료기기 산업은 생산의 56.1%를 해외로 수출하는 도전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기기 생산업체의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인해 영세함의 굴레 속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업체들이 존재하고, IT·BT·NT 등 인접기술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본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다만, 국산 의료기기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자원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입할 수 있는 유망분야를 발굴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 임플란트·인공 턱뼈 등 활용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그러한 유망한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제조업의 혁신이라 일컬어지는 3D프린팅 기술이 보건의료분야에 접목될 수 있다면 손상되거나 노후한 장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날씨나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스스로 대처하는 인체를 구현하는 등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머나 먼 미래의 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함몰된 신체의 일부를 재건한다든가, 손상된 치아를 임플란트로 대체할 때 기존의 규격화된 제품을 대신해 개별 환자의 신체조건에 맞는 기기를 제공하는 인체삽입형 기기 시장은 현재도 임플란트, 치과용 보철물부터 인공 턱뼈, 인공 코와 기도 지지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인체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 분야까지 3D프린팅 기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이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고 비용이 절감돼 대중화될 수 있다면, 평균수명 연장을 통해 인류의 생활상을 바꾸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3D프린팅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4D프린팅 기술이 더해진다면, 주변 상황에 반응해 인체의 형태와 기능이 바뀌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장기를 모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 영상(2D)으로만 제공되던 환자의 정보가 3차원으로 손쉽게 구현할 수 있기에 수술가이드 수립이나 협의를 통한 모의수술이 한층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 3D프린팅에 지원책 마련
세계 각국 정부는 3D프린팅 기술이 가져올 혁신의 흐름을 선도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국정연설을 통해 “3D프린팅은 지금까지 모든 생산방식을 바꿀만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인정한 바 있으며,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프린팅 관련 전용 연구기관인 NAMII(National Additive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를 설립했다.

일본은 2013년 5월 경제산업성 주도로 3D프린터 개발계획을 발표해 2018년 완성을 목표로 30억엔 규모의 기술개발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3D프린팅 기술의 성장가능성과 각국 정부의 육성 정책에 주목한 복지부는 3D프린팅 기술을 보건의료 분야에 도입하고자 ‘3D프린팅 기반 첨단의료기기 기술개발’ 과제를 미래부·식약처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제9회 다부처 특별위원회를 통해 공동기획연구 과제로 최종 선정된 이 과제를 통해 복지부, 미래부, 식약처는 향후 6년간 244억원, 민간 매칭 비용을 포함할 경우 374억원을 투입해 3D프린팅을 기반으로 한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투자하고자 한다.

과제 구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예산의 70%는 사업기간인 6년 이내에 개발·임상·허가 등을 완료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품화 과제군에 배정된다. 금속, 고분자 분야의 경우 3D프린팅 소재와 장비의 개발은 상당부분 이뤄져 있는 상태로서, 해당 소재와 장비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량하고 효율을 높이는 연구와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를 위한 지원 등에 집중하고자 한다.

나머지 30%의 금액은 세포기반 3D프린팅 기술, 생체기능 내장형 3D프린팅 기반 의료기기 개발 등에 투입된다.

전략기술 과제군이라 이름붙인 해당 과제들은 개발완료 및 제품화까지 오랜 시일과 천문학적 연구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도래를 준비하는 초석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바이오프린팅 기술과 이를 활용한 인공장기 제작은 보건의료산업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인류가 처한 삶의 조건을 기초부터 뒤흔들 계기가 될 것이기에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한 성장잠재력 ‘바이오헬스산업’
최근 한미약품과 화장품 회사들이 거둔 놀라운 실적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해당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의료서비스·의료기기·제약·화장품 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이 가진 높은 성장잠재력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R&D투자의 중요성이다. 연구개발 활동은 높은 기술력이 가져올 미래의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고 현재의 좌절과 실패를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에 비해 낮은 기술력으로 가치 상승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업체들이 하나둘씩 써내려가는 최근의 성공사례들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복지부 주도로 기획된 이번 ‘3D프린팅 기반 첨단의료기기 기술개발’ 과제가 3D프린팅 기반 의료기기 분야 R&D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산업 태동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3D프린팅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처한 영세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민·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물론 374억원 규모의 과제 선정만으로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론 해당 과제에 대한 당국의 예산반영이 필요할 것이고, 장기적으론 3D프린팅 기술이 가져올 의료기기 인·허가 이슈에 대한 제도적 고민, 건강보험 적용여부에 대한 판단과 보건의료분야 3D프린팅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많은 문제들이 산·학·연·관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 3D프린팅 기술의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 그리고 3D프린팅 기술을 발판으로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성장하기에는 우리 앞에 먼 길이 놓여있다. 복지부가 내딛기 시작한 이번의 발걸음이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구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