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지킬 외과의사 없다…인력난에 수련 위기까지"

외과학회, 3년제 전환에 수련시간 절반 수준…필수 술기 교육·수술 경험 확보에 한계
전문의 배출 급감·고령화에 지역 격차까지…"기간 아닌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외과 전문의를 길러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교육 기회가 줄어들면서 외과 수련체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공의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데다 근무시간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수련시간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충분한 수술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과학회가 수련 공백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외과학회는 5일 열린 'ACKSS 2026'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외과 전공의 3년제 수련제도 전환 이후 역량 기반 수련교육 성과평가'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외과 전문의 양성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수련시간 반토막…필수 술기 습득에도 빨간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과 수련시간은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과 근무시간 제한이 맞물리면서 크게 줄었다. 전공의법 시행 이전 4년제 수련과정의 총 수련시간은 2만1861시간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3년제 전환 이후에는 1만2034시간으로 감소해 기존의 55% 수준에 그쳤다. 주 72시간 근무를 적용하면 수련시간은 1만831시간으로, 과거 4년제 수련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련시간 감소는 단순히 교육시간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과는 실제 수술에 참여하고 반복적인 술기 경험을 쌓는 과정이 전문의 역량 형성에 필수적이다. 수술을 관찰하는 것과 보조하는 것, 지도 아래 직접 수행하는 것, 독립적으로 집도하는 것은 교육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련시간이 줄어들면 필수 수술 경험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에도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설문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됐다. 지도전문의의 58.2%는 3년제 수련을 마친 전문의가 필수 술기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4년제 수련을 마친 전문의와 지도전문의의 93.8%는 3년제 수료자의 중등도 수술 집도 능력이 4년제 수료자보다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지도전문의의 53.1%는 3년 과정 안에 필수 수술의 최소 집도 기준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모든 응답 집단에서 87.5~100%가 전문의 취득 이후 전임의 과정이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외과 전문의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3년 수련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수련과정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는 충분한 집도 기회 확보가 꼽혔다. 응답 집단에 따라 62.4~87.5%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수술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련기간만 조정하거나 교육과정을 형식적으로 개편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해외와 비교해도 국내 외과 수련기간은 짧은 편이다. 일본은 초기 임상수련 2년 이후 전문수련을 최소 3년 이상 진행하며 350례 이상의 수술 경험을 요구한다. 독일은 6년, 미국은 최소 5년의 수련과 850례 이상의 수술 경험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국내는 3년 수련에 300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수련기간과 수술 경험 모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전문의 배출 급감·고령화…지역 외과 인력난 심화

학회는 외과 수련의 어려움이 단순히 3년제 전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수련기간 단축,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중심 진료체계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련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중증·고난도 수술이 일부 대형병원에 집중되고 수련병원별 환자 구성과 수술 증례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전공의가 다양한 수술 경험을 쌓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외과 전문의 인력 자체가 빠르게 줄고 고령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외과 전문의 신규 배출 규모는 2010년 214명에서 2023년 138명, 2024년 93명으로 감소했고, 2025년에는 18명에 그쳤다. 2026년 전공의 모집 충원율도 68.2%에 머물렀다.

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60세 이상 비율도 30%를 넘어섰다. 지역별 인력 편차 역시 뚜렷하다. 인구 1000명당 외과 전문의 수는 서울이 0.19명인 반면 울산과 제주 지역은 각각 0.01명에 불과했다.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존 전문의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지역에서는 외과 진료를 담당할 인력 확보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대한외과학회 유희철 회장은 "외과 전문의 감소와 고령화, 지역 간 인력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며 "외과 수련은 단순히 몇 년을 교육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춘 외과 전문의를 양성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과 의사를 키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외과 의사가 수술실에 남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수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학회는 3년 수련 안에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을 다시 세우고 이를 책임 있게 평가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모성보호·근무시간 제한에 따른 수련 공백도 국가가 보완해야

특히 수련시간 감소로 발생한 교육 공백을 수련병원이나 전공의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련 공백 역시 별도의 교육과정과 지원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 2월 개정된 전공의법에 따라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 이내인 여성 전공의는 야간·휴일 수련이 제한된다. 해당 기간은 약 21개월로, 주 80시간 수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대 4006시간의 수련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계도 나왔다. 학회는 모성보호와 수련의 질을 대립적인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수련 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이사장은 "수술을 관찰했는지, 보조했는지, 지도 아래 수행했는지, 독립적으로 집도했는지를 구분하고 각 단계의 수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역량을 평가하는 직무기반평가(WBA)와 전문직업성 활동(EPA) 등을 활용해 수련과정과 평가체계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이 이사장은 수련체계 개편 과정에서 교육과 의료현장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도제식 수련에서는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하는 것이 근로인지 교육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전공의의 근로자성이 강화되고 역할이 축소되면서 병원 내 업무 공백과 교육의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련 표준화는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수술 횟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어느 수련병원에서 교육받더라도 외과 전문의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을 가르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 역량 설정부터 평가항목 마련, 교육과정 운영, 최종 평가까지 일관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가 교육이나 수련기간 조정 역시 객관적인 평가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도 요구했다. 수련 최소시간 인증제를 도입하고, 수련과정에서 부족한 역량이 확인되면 보충 수련이나 수련기간 조정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유연한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 형사특례도 과제…"수술·교육 위축 우려"

한편 외과학회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형사특례 제도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부담이 완화되지 않으면 고위험·고난도 수술을 기피하는 방어진료가 확산하고, 외과 전공의의 수술 참여와 지도전문의의 교육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2026년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5월 26일 공포됐으며, 2027년 5월 27일 시행될 예정이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 설명의무 이행, 손해 전액 배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공소를 제한하는 형사특례가 핵심이다.

대한외과학회 정우빈 부총무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12개 중대한 과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진료지침 위반이나 이물 잔존, 전공의에게 수술을 위임한 뒤 감독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를 사고 발생 후 7일 이내 이행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설명의무의 기산점을 객관적으로 정하고, 사고 직후 이뤄진 설명을 인정하는 등 현장 상황을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는 과정이 향후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로 활용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강영 이사장은 "의료사고에 따른 배상 부담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국가 재정을 기반으로 한 공적 보상체계 마련과 배상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며 "현재 논의되는 지원을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에 한정하지 말고 일반 외과 전문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희철 회장은 "외과 의사가 수술실에 남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려면 충분한 수련 기회뿐 아니라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수련의 질을 높이는 일은 학회와 수련병원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