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심혈관 위협하는 흡연… 니코틴보다 '연소'에 주목한 국제학술지 리뷰 주목
이탈리아·그리스 연구팀, 일반담배와 비연소 제품 비교한 임상연구 24편 분석
비연소 전환, 유해물질 노출 감소·심혈관 지표 개선… "완전한 금연 가장 효과"
일반담배와 비연소 니코틴 제품(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의 심혈관 영향을 분석한 리뷰 논문이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ASL Roma 1의 실비오 페스티네세(Silvio Festinese) 박사와 그리스 아테네 유로클리닉병원 디미트리스 리히터(Dimitris Richter) 박사는 글로벌 임상 및 실험의학 관련 국제학술지 Advances in Clinical and Experimental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891편을 검토하고, 이 중 일반담배와 비연소 전자담배(궐련형·액상형)를 직접 비교한 연구 24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경우보다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한 경우 유해물질 노출이 줄고 일부 심혈관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완전한 금연이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심혈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흡연은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지만, 여전히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번 리뷰는 담배를 계속 피울 때와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했을 때의 심혈관 영향 차이를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분석 대상 24편에는 서울대학교 연구팀과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로 수행한 국내 대규모 연구 2편이 포함됐다.
리뷰에 포함된 임상시험과 관찰연구를 종합하면, 일반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한 흡연자는 일산화탄소 노출 지표(COHb)와 발암물질 대사체(NNAL) 등 유해물질 노출 지표가 줄었고, 개선 폭은 금연했을 때 관찰된 수준과 비슷했다. 혈관 내피 기능, 동맥경직도, 산화스트레스 등 단기 심혈관 지표에서도 개선 경향이 관찰됐다.
해외 연구 가운데서는 영국 던디대학교 연구팀이 영국심장재단 지원으로 수행해 미국심장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한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하루 15개비 이상, 2년 이상 흡연했고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 114명 가운데 74명은 니코틴이 든 액상형 전자담배나 니코틴이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무작위로 전환하게 하고, 일반담배를 계속 피우기를 원한 40명과 한 달간 비교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로 전환한 사람은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보다 혈관 내피 기능(FMD)이 4.3% 개선됐으며, 니코틴 유무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두고 단기적인 혈관 기능 개선이 니코틴 중단보다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물질 노출 감소와 관련 있을 것으로 분석했으며, 니코틴이 장기적으로 혈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한 연구는 국내 성인 남성 515만9538명을 분석했다. 이번 리뷰에 포함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일반담배를 액상형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사람은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다만 일반담배를 끊은 사람끼리 비교하면,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이 전자담배 없이 완전히 금연한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한 연구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PCI)을 받은 흡연자 1만7973명을 중앙값 2.4년간 추적했다. 주요 심혈관 합병증(MACE)은 시술 후에도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경우 17.0%, 전자담배로 전환한 경우 10.8%, 금연한 경우 13.4%에서 발생했다.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경우와 비교하면 전자담배로 전환한 경우 위험이 18%(위험비 0.82), 금연한 경우 13%(위험비 0.87) 낮았으며, 전자담배로 전환한 경우와 금연한 경우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또한 전자담배만 사용한 경우는 일반담배와 함께 사용한 경우보다 위험이 29% 낮았다(위험비 0.71).
다만 이러한 결과가 비연소 제품이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니코틴이 든 제품은 심박수 증가 같은 급성 심혈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연구 2편 역시 관찰연구로, 제품 전환이 심혈관 위험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내러티브 리뷰라는 설계상 한계가 있고, 포함된 연구 상당수가 단기 또는 단면 연구여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흡연으로 인한 심혈관 손상의 상당 부분이 니코틴 자체보다 담배가 탈 때 생기는 독성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또한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는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하면 유해물질 노출이 줄고 심혈관 위험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지만, 비연소 제품 역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의 크기와 일관성은 제품 종류와 개인의 사용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도 밝혔다. 연구진은 표준화된 평가 지표를 사용한 장기 무작위 임상시험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