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진료권 침해"…수사 준칙 마련 촉구
의협-소아응급의학회, 국회서 규탄 기자회견…"중증 영아 경련 치료 중 경찰 진입, 현장 위협"
강제수사 절차·집행 과정 조사와 사과 강력 요구…"의료진 이탈·소아응급의료 붕괴 가속도 우려"
의료계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강하게 규탄하며 응급의료 현장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수사 준칙 마련을 촉구했다. 양 단체는 중증 환아를 치료하던 응급실에 경찰이 진입한 것은 진료권과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압수수색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이 환아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강제수사에 앞서 자료 요청이나 임의제출 요청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 협의 없이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은 강제처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수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압수수색 당시 응급실에서는 경련이 지속되는 환아에게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응급처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회장은 경찰이 진료 중인 의사에게 컴퓨터 확인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도록 했다고 주장하며,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수사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번 사태가 소아응급의료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으로 형사수사에 노출되고, 응급진료까지 위축될 경우 소아응급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경찰청에 의료계와 사전 협의를 거쳐 응급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수사 규칙과 준칙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압수수색의 결정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조사해 책임을 밝히고, 경기남부경찰청이 국민과 의료진에게 사과할 것도 촉구했다.
소아응급의학회 역시 이번 압수수색이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과잉수사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은 응급실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라며, 사망 자체를 이유로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강제수사부터 진행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특히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학회에 따르면 중증구역에서는 1시간 넘게 경련이 멈추지 않은 생후 6개월 영아를 살리기 위해 항경련제를 연속 투여하고 기관 삽관을 준비하고 있었다. 의료진이 아이의 호흡을 확보하고 필수 처방을 입력하던 순간 경찰이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대기 환자가 없었고 집행이 17분 만에 끝났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서도 학회는 반박했다. 소아응급실은 경증 환자 사이에서 중증 환자를 선별하고 언제든 이송되는 위급 환아에 대응해야 하는 공간인 만큼, 특정 시점의 대기 환자 수나 압수수색 소요 시간만으로 진료 방해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오전 응급실에 이어 오후 외래 진료실까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회는 응급실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공간에 걸맞은 절차와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회장은 수사 편의를 앞세워 진료권을 침해하고 의료진을 범죄자로 낙인찍은 데 대해 사과할 것과 응급실 진료권 침해를 막을 엄격하고 합리적인 수사 준칙을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소아응급의료 인력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함께했다. 의협은 응급의료진의 진료활동이 위축돼 환자 생명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수사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아응급의학회도 전문의 이탈이나 응급센터 지정 반납으로 환아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무리한 강제수사를 진행한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응급실이 한순간도 진료를 멈출 수 없는 생명의 최전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진과 환자가 수사 과정에서 진료권 침해와 생명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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