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비만인 줄 알았는데"…지방부종, 지방흡입으로 통증 줄였다

독일 11개 의료기관서 여성 410명 연구…지방흡입군 68%서 의미 있는 통증 감소

아무리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해도 유독 하체의 지방이 빠지지 않고 다리가 쉽게 붓거나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단순한 비만이 아닐 수 있다.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인 '지방부종(lipoedema)'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부종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흡입술과 보존적 치료를 비교한 대규모 연구에서 지방흡입술이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돼 주목받고 있다.

지방부종은 주로 여성에게 발생하는 만성 피하지방 조직 질환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팔, 복부 등에 지방이 좌우 대칭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비만과 달리 지방이 축적된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나 압통이 나타나고 멍이 쉽게 들기도 한다.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거나 정맥류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상체에 비해 하체가 지나치게 발달하는 등 신체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지방부종은 여성의 약 10~11%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비만이나 림프부종과 증상이 비슷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사춘기, 임신, 폐경 등 호르몬 변화 시기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지거나 통증이 심해지고, 심한 경우 보행에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일반 비만과 다른 부분이다. 그동안 지방부종 치료는 식이·운동요법을 비롯해 압박치료, 수기 림프 배액 등 보존적 치료가 중심이었다. 다만 이미 축적된 지방조직 자체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연구는 독일 쾰른대 병원을 포함한 11개 지역 의료기관에서 지방부종 1~3기 여성 4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지방흡입술 치료군 278명과 보존적 치료군 132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1년 후 다리 통증과 삶의 질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지방흡입술 치료군에서는 190명, 전체의 68%가 1년 후 다리 통증이 2점 이상 감소했다.

통증 정도를 0~10점으로 평가하는 척도에서 2점 이상 감소한 경우다. 반면 보존적 치료군에서는 10명, 8%에서 같은 수준의 통증 감소가 확인됐다.

삶의 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러 삶의 질 평가 지표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은 환자들의 개선 폭이 보존적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부종에서 지방흡입술이 단순히 체형을 개선하기 위한 시술을 넘어 통증과 기능,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방부종은 겉으로는 하체비만과 비슷해 질환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해도 하체의 지방 축적이 지속되고 통증이나 멍, 부종 등이 반복된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365mc인천병원 안재현 대표병원장은 "기존 연구에서도 지방부종을 비롯해 림프부종, 여유증 등에서 지방흡입 후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이 보고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지방부종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흡입과 보존적 치료를 비교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흡입술의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 원장은 "지방부종을 단순히 남들보다 하체비만이 심한 정도로 생각해 식이와 운동만으로 개선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과 진행 정도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지방흡입술 역시 지방부종 환자의 통증과 일상생활 개선을 위한 치료 옵션 가운데 하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