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넘어도 무릎수술? 전문의 94.5% "권유"

힘찬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91명 설문…"나이보다 전신상태·재활 여건 중요"

고령의 부모님이 말기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다면 인공관절수술을 받아도 될까.

정형외과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은 80세가 넘은 부모님이라도 수술을 권하겠다고 답했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심폐기능과 만성질환, 근력·영양 상태,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힘찬병원이 전국 정형외과 전문의 91명을 대상으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4.5%(86명)가 부모님이 80세 이상이더라도 인공관절수술을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부모님이 말기 퇴행성 무릎 관절염(KL 4등급)을 앓고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 수술 여부와 시기, 수술법 등에 대한 전문의들의 의견을 물은 것이다.

"고령 자체가 수술 걸림돌은 아니다"

80세 이상 부모님에게 수술을 권하겠다고 답한 전문의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기대 수명의 증가'였다. 72.1%(62명)가 이를 선택했으며, 이어 수술 기술의 발전 68.6%(59명), 마취 및 내과적 관리의 발전 39.5%(34명) 순이었다.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말기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연골이 심하게 손상되면서 통증과 관절 변형,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이나 주사,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보행과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생긴 경우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한다.

다만 고령 환자에서는 수술 자체보다 수술을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전신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힘찬병원 김정호 병원장은 "고령 환자의 수술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심폐기능과 만성질환 조절 상태뿐 아니라 근력과 영양 상태,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수술 위험과 기대되는 통증 완화 및 보행 기능 개선을 비교하고 환자의 의사와 수술 후 재활을 도울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미루지 말아야 할 신호는 '지속되는 통증'

전문의들이 꼽은 '인공관절수술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신호'로는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통증이 70.3%(6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O자형 다리 변형으로 걸음걸이가 무너진 경우가 63.7%(58명), 무릎이 끝까지 펴지지 않거나 굽히는 각도가 크게 감소한 경우가 60.4%(55명)로 뒤를 이었다.

수술을 미룰 경우에는 근력 저하에 따른 수술 후 재활 지연을 우려하는 응답이 54.9%(50명)로 가장 많았다. 통증으로 인한 활동량 감소와 만성질환 악화 53.8%(49명), 보행 불균형에 따른 척추 및 반대쪽 관절 문제 38.5%(35명)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무릎 통증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줄어들고 아픈 다리에 체중을 덜 싣게 된다. 이 같은 상태가 장기화되면 허벅지 근력이 떨어지고 보행 균형도 무너질 수 있다. 반대쪽 무릎이나 고관절, 척추에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수술 후 보행과 재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고령이라 수술을 미룬다'기보다 현재 통증과 보행 상태, 근력, 전신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술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80.2% "부모님께 로봇 인공관절수술 권유"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어떤 수술법을 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선택한 전문의가 80.2%(73명)로 나타났다.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이유로는 '정확한 정렬과 이에 따른 인공관절 수명 연장 기대'가 79.5%(5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부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합병증·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46.6%(34명), 수술 결과의 일관성 41.1%(30명), 조기 보행과 빠른 재활 21.9%(16명) 순이었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에는 마코(MAKO), 로사(ROSA) 등의 수술 시스템이 활용된다. 환자의 뼈 구조와 관절 변형을 반영해 인공관절의 위치와 하지 정렬을 계획하고, 수술 과정에서 뼈 절삭과 관절 상태 평가 등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다만 로봇이 수술의 모든 과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관절 변형과 인대 균형 등을 고려해 수술 계획을 세우고 실제 수술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조정하는 것은 집도의의 역할이다.

목동힘찬병원 이정훈 의무원장은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환자의 관절 상태를 반영한 수술 계획과 수술 중 측정 정보를 활용해 뼈 절삭과 인공관절 삽입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환자마다 다른 관절 변형과 인대 균형을 고려해 수술 중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집도의인 만큼 의료진의 숙련도와 임상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는 수술 경험의 중요성도 확인됐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인공관절수술에 충분히 숙련되고 합병증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집도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100~300례 미만이 30.8%(28명), 300~500례 미만이 22%(20명), 500례 이상이 23.1%(21명)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76%가 최소 100례 이상의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고 답한 셈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전문의는 40대가 4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 28명, 30대 10명, 60대 이상 5명 순이었다. 전문의 취득 후 경력은 10~20년 미만이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5~10년 미만 28명, 20년 이상 20명, 5년 미만 3명 순이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