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산어촌이 인구 감소 속에서도 새로운 주거·생활권·경제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 사업(6/10차년도)' 연구를 통해 전국 103개 농산어촌 마을과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인구·생활·공간·경제·공동체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0년간 동일한 마을의 변화를 추적하는 장기 연구의 6차년도 결과로, 올해는 농산어촌의 '정주체계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조사 결과, 농산어촌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구 수는 소폭 증가하는 '인구 희석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와 함께 세컨하우스와 체류형 주거가 늘어나면서 상주 주민과 체류 인구가 함께 마을을 이용하는 새로운 정주 형태가 확산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일상 생활권 역시 다변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농업 중심의 기존 구조는 지속되고 있으나, 빈집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창업·관광·가공 등 비농업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생활서비스 이용 측면에서도 과거 가까운 읍·면 중심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접 중심지와 근거리 상권, 온라인·비대면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층적인 생활권으로 재편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다만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여건에서는 해결해야 할 현장 과제도 함께 도출됐다. 주민들은 농산어촌의 자연환경과 이웃 관계 및 공동체에 대해서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나, 일자리와 보건의료, 생활편의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장기 거주 주민과 신규 전입자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년층과 신규 전입자의 공동체 참여율이 낮아, 다양한 주민이 포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 운영 방식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농산어촌이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압력 속에서도 기존 기능을 유지하며 새로운 여건에 적응해 가는 '재구조화' 과정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은 단순히 등록인구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주민과 체류 인구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주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빈집·유휴공간의 복합 활용, 의료·돌봄·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 소규모 생활거점 확충, 다양한 세대의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한이철 연구위원은 "농산어촌의 인구 감소를 곧바로 마을의 소멸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세컨하우스 확대, 생활권 다층화, 다양한 경제활동 등 변화된 여건에 맞춰 농산어촌이 재편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인구 감소를 현실로 전제하더라도 주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주체계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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