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전에 다양한 업적을 이루지만, 그 평가는 사후에 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김동길 박사는 생전에 많은 일을 했다. 그는 기독교 신자다. 연세대 부총장을 하며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자신의 공과는 하나님의 최후 판정에 달려 있다고 언제나 나에게 말했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고 했다. 그러나 요새 세상을 보라.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군사력을 이용해 헌정질서를 뒤흔들면서 많은 과오를 남겼다. 그로 인해 전두환 대통령은 퇴임 후 백담사에서 고생했고, 죽은 후에는 묫자리도 얻기 어려워 안장되지 못하고 유골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까지 받았다. 슬픈 이야기다.
사람의 공과는 그 시대적 사항과 맞물려 있게 마련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회고록에 '전방고지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의 글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유해는 파주에 묻히지 못한 채 현재까지 사실상 개인적인 방식으로 안치돼 있다.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는 말을 들을 만큼 냉정한 평가가 따르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범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두 분의 출현은 역사적인 결과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나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중학교에 다닐 때 해방이 됐다. 유학으로 미국식 교육을 받았고 서울대학교에서 일생을 보냈다. 교유했던 분들 중에는 장관이나 국무총리를 하신 분도 있었다. 생전에는 큰소리치며 살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빈껍데기일 뿐이다. 생전에 내로라했던 사람들도 사후에는 좋던 싫던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공과 과는 공존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미국에서 남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존슨 대통령이 남부 사람 최초로 대통령이 됐지만, 이 또한 케네디 대통령이 불운하게 죽었기 때문에 얻어낸 결과였다.
현재도 미국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던 남부와 지금의 북부가 완전히 융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치적으로는 하나의 국가로 통합됐지만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는 오랫동안 깊은 균열로 남아 있다. 링컨 대통령도 남북전쟁을 마무리하는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북부는 공화당, 남부는 민주당'이라는 특이한 지역 구도를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존슨 대통령이 남부출신 대통령으로 우뚝 섰고 카터도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비해 지역감정이 풀리고는 있지만, 더욱 완전하게 융합되기를 나는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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